맞벌이 소비자들 “심야쇼핑 편했는데 어쩌라고…”
동네슈퍼 “매출 늘 것… 이왕이면 하루 문 닫아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17, 18일 열린 국정토론회에서 동네 슈퍼마켓을 보호하기 위해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단축하는 방안이 논의되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아직 확정된 방안이 아니라 논의 단계지만 대기업슈퍼마켓(SSM) 규제법의 사례에서 보듯 정부가 의지를 갖고 추진한다면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대형마트 영업시간 단축은 여러 경제주체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고, 시장경제 원칙에도 위배된다는 주장이 많다.
○ 맞벌이부부 “우린 어쩌라고”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의 점포 대부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영업을 한다. 일부 매장은 오후 10시 혹은 밤 12시까지 문을 연다. 홈플러스의 30여 개 매장과 이마트의 10개 매장은 24시간 영업을 하고 있다. 연중 점포 문을 닫는 날은 추석과 설날, 단 이틀이지만 일부 점포는 추석과 설날에도 문을 연다.
대형마트에 대해 저녁 영업시간을 단축할지, 특정 요일에 문을 닫게 할지 구체적 방안은 나오지 않았다. 만약 저녁 영업시간을 줄이면 늦은 시간에 대형마트를 자주 이용해 온 맞벌이 부부들은 당장 곤란을 겪을 수 있다며 걱정했다.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을 둔 워킹맘 김소연 씨(39)는 아들의 학교 수업 준비물을 대형마트 문구코너에서 주로 산다. 수시로 수업 준비물을 사야 하는데 김 씨가 퇴근할 무렵이면 동네 문방구는 문을 닫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김 씨는 “식품이나 의류는 미리 살 수 있지만, 갑자기 필요한 아이의 학교 준비물이나 급한 생활용품을 살 때는 제품 종류가 많은 대형마트를 찾는다”며 “동네 슈퍼에는 이런 물건이 없거나 종류가 적어 대형마트가 일찍 문을 닫으면 곤란해진다”고 말했다.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이 줄어들어도 동네 슈퍼를 이용하는 빈도가 늘어날지에 대해 회의적 시각도 있다. 허부영 씨(32·여)는 “대형마트에서는 화장지, 세제, 샴푸 등을 묶어 팔기 때문에 가격이 싸지만 동네 슈퍼에서 낱개로 사면 두 배가량 비싸다”며 “대형마트를 이용하기 힘들어지면 대형마트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 “소비자 중심으로 판단해야”
반면 동네 슈퍼는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이 줄어들면 다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성하영 한국수퍼마켓연합회 본부장은 “오후 11시 이후에 올릴 수 있는 매출은 많지 않지만 소매업은 영업시간에 비례해 매출이 늘어나기 때문에 대형마트가 오후 10시까지만 영업한다면 도움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 본부장은 “대형마트가 주중 하루 정도 문을 닫는다면 동네 슈퍼에 꽤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형마트들은 영업시간 제한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고 저녁시간에 활동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저녁시간에 발생하는 매출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매출이 크게 늘어나는 토, 일요일은 물론 주말여행 등을 앞두고 미리 장을 보는 사람이 많은 목, 금요일에 영업을 못하게 되면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마트 점포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야간근무 수당을 못 받게 돼 수입이 줄어든다며 반기지 않는 직원이 있는 반면 휴식을 좀 더 취하는 게 좋다는 직원들도 있다.
이상훈 성공회대 경영학부 교수는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대상은 소비자”라며 “소비자에게 불편을 주지 않으면서 재래시장과 동네 슈퍼가 성장할 수 있는 방향을 종합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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