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슈퍼 판매?” 제약사들 두근두근

  • 동아일보

유통망 확보가 관건… 대기업 계열사들 유리

약국보다 슈퍼에서 잘나가는 제약회사가 있다. ‘비타500’ ‘옥수수수염차’로 유명한 광동제약이다. 1990년대 말 약국에서는 드링크제의 절대 강자 ‘박카스’가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광동제약은 고민 끝에 슈퍼마켓을 뚫기로 결정했다. 어떻게 해야 슈퍼 주인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 “요구르트 대신 비타500을 놔주시면 안 될까요?” 당구장 모텔 찜질방 노래방에 있는 냉장고부터 ‘접수’하기 시작했다. 인지도가 높아지자 슈퍼에서도 연락이 왔다. 제약사가 만든 드링크제가 11년째 슈퍼의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게 된 배경이다.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된 일부 드링크제와 감기약 소화제 등의 슈퍼 판매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붙었다. 일반의약품의 슈퍼 판매가 가능해지면 제약사들은 ‘축제 분위기’에 젖을 것으로 보인다. 전국의 약국은 2만1000곳이지만 동네 슈퍼, 편의점을 합치면 판매처가 10만 곳이 넘기 때문. 하지만 정작 대부분의 제약사는 ‘판매를 늘릴 기회가 생겨 좋긴 하지만 마냥 반길 수만은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유통망 확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약사와 의사를 상대로 약을 홍보하던 데서 슈퍼 주인, 대형마트 관계자들에게도 제품을 팔아야 하기 때문에 광동제약처럼 거의 원점에서 새로 시작해야 한다는 게 이유다. 게다가 LG생명과학 CJ제약산업본부 등 이미 유통망을 확보한 대기업 계열 제약사들이 일반의약품 시장에 뛰어들면 이기기 쉽지 않다.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드링크제 등 일반의약품은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분야가 아니라 후발주자도 유통망만 잘 뚫으면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며 불안감을 나타냈다.

그뿐 아니다.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는 제품은 대체로 정해져 있다. ‘박카스’ ‘까스활명수’처럼 이미 고유명사가 된 제품들만 혜택을 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슈퍼 판매에 뛰어드는 제약사 모두 광고비를 크게 늘릴 수밖에 없다. 상위권 제약사의 한 관계자는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의 비중이 8 대 2 정도라 일반의약품에 ‘다걸기’하기 힘든 상황인데 유통망을 뚫고 광고비도 늘려야 하니 걱정”이라고 말했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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