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물값 롤러코스터’ 언제 멈추나

  • 동아일보

삼겹살 47% 오르고… 배추는 55% 내리고…

“반값 한우, 반값 쌀을 내놓는다던데 솔직히 물가를 얼마나 잡겠어요. 값 오른 게 한두 품목도 아니고…. 일반 마트에서는 달라진 걸 전혀 모르겠더라고요.”(주부 정모 씨)

정부가 10일 고심 끝에 반값 한우, 반값 쌀과 같은 ‘특단의 대책’을 내놨지만 소비자들은 ‘정부가 이벤트식 정책으로 땜질만 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농민들도 불만이 가득하긴 마찬가지다. 돼지고기, 수박 등 일부 품목의 가격 고공행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배추, 양배추, 대파, 무 등 채소 가격은 연일 폭락을 거듭하고 있어서다.

○ 멈추지 않는 가격 롤러코스터

13일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10일 현재 국내산 돼지고기 삼겹살(500g 기준) 평균 가격은 1만2272원으로 전년 동기(8333원) 대비 47.2%가 올랐다. 삼겹살 수요가 여전한 상황에서 구제역 후폭풍으로 공급이 회복되지 않아서다.

정부는 삼겹살 가격을 잡고 한우 소비를 늘리기 위해 지난 주말 처음으로 전국 28개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삼겹살보다 싼 ‘반값 한우’를 선보였다. 이날 서울 양재점, 창동점 및 경기 수원점 등 곳곳에서 난리가 났다. 개장 2시간 전부터 손님이 몰려 번호표가 발급되는가 하면, 개장 1시간 30분 만에 하루치 물량이 동나는 상황도 빚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겹살값 오름세는 13일까지도 지속됐다. 전날 매장을 찾았다 빈손으로 집에 왔다는 주부 김모 씨(33)는 “하나로클럽이란 매장 자체가 전국적으로 보면 접근이 극히 제한적인 곳인데 정부와 농협이 이벤트 식으로 생색만 내는 것 같았다”고 꼬집었다.

‘가격대란’이 일고 있는 품목은 삼겹살, 한우뿐만이 아니다. 쌀(9.8%) 콩(64.9%) 계란(31.2%) 물오징어(33.9%) 수박(19.5%) 등 주요 품목도 전년 대비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65%까지 가격이 올랐다. 반면 배추(―55.2%) 양배추(―73.5%) 대파(―45.2%) 무(―36.9%) 양파(―25.9%) 생강(―24%) 등은 전년 대비 가격이 최고 74% 가까이 급락한 상태다. 특히 지난해 1만2000원을 넘어섰던 배추는 이달 들어 700원까지 내려갔다.

하지만 정부는 가격 폭락의 원인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김정욱 농림수산식품부 채소특작과장은 “실생활과 밀접한 무, 배추, 고추, 마늘, 양파, 대파, 감자, 당근 등 8개 품목은 계약관리 품목으로 관리하고 있지만 나머지 품목은 일일이 원인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계약관리 품목에 속하는 배추, 무, 양파, 대파도 가격 안정이 안 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 정부 힘 잃은 현장 “하반기 더 암울”

전문가들은 농산물 생산 현장에서 정부와 농협이 통제력을 잃은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아무리 ‘배추 값이 떨어지니 배추를 심지 말라’고 말해도 밭떼기 상인(중도매상)들이 ‘값을 2배 쳐줄 테니 심어라’고 하면 배추를 심는 게 농민들”이라며 “정부는 몇 년째 ‘농협을 통한 계약재배를 늘리겠다’고 내놓았지만 현실화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공급이 넘치면 정부 수매로, 수요가 넘치면 긴급 수입으로 가격 안정을 꾀하고 있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외국산 농산물 수입이 여의치 않아 문제다. 실제 중국이 극심한 가뭄에 시달린 5월 중국산 양파와 생강은 각각 전년 대비 52.3%, 66.9% 값이 올랐다. 세계식량기구는 “올 하반기 가뭄과 폭우가 더 잦아질 것으로 전망된다”라며 “식품가격이 사상 최고치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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