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를 대표하는 ‘지상 최고의 슈퍼카들’ 가운데서도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람보르기니. 운전석에 앉아 굉음을 울리며 미친 듯이 트랙을 질주하거나, 저녁노을에 붉게 물든 해안도로를 시원하게 달리는 환상은 남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꿔보는 로망이 아닐까.
람보르기니 국내 공식 수입사인 ‘람보르기니서울’은 이런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3~4일 경기도 화성 자동차연구소에서 ‘람보르기니 트랙데이’를 열고 환상속의 차를 공개했다. 행사는 국내에 불고 있는 수입차 열풍에 자극받은 람보르기니가 국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열었다.
이날 일반에 모습을 드러낸 차량은 람보르기니를 대표하는 가야르도 4종. 국내에 정식 수입된 가야르도 LP550-2, 가야르도 LP560-4와 향후 출시를 계획하고 있는 가야르도 LP550-2 트리콜로레, 가야르도 LP570-4 스파이더 퍼포만테.
◆ 역사상 가장 용맹한 황소 ‘가야르도’
가야르도(Gallardo)는 투우 역사상 가장 용맹을 떨쳤던 18세기 한 황소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2003년 스위스 제네바모터쇼를 통해 처음 데뷔한 이래 전 세계에서 1만대가 넘게 팔린 베스트셀러다. 5.2리터 V10 엔진을 모든 모델이 공통으로 탑재하고 있다. 세부 모델명은 엔진의 배치와 출력, 구동방식 등에 따라 다르게 붙여진다. 가야르도의 주력모델인 LP560-4의 경우 엔진을 후방에 세로형식(Longitudinal Posteriori)으로 장착하고 560마력에 사륜구동 시스템을 채택했다는 의미다.
3일 기자가 직접 타본 모델은 ‘람보르기니 집안의 막내’ 가야르도 LP560-4. 최고출력 560마력(8000rpm), 최대토크 55.1kg.m(6500rpm), 제로백(0→100km) 3.7초에 최고속도는 325km/h에 달한다. 상시 4륜구동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주행 안정성과 접지성을 보장한다.
◆ 직선과 곡선이 조화를 이룬 역동적인 디자인
첫 인상은 깔끔하면서 아름다웠다. 운전자를 압도하는 슈퍼카의 카리스마가 아니라 ‘어서 나를 타고 달려주세요’라고 말하는 듯 자연스러운 느낌이었다.
앞부분은 가위로 오려낸 듯 단정하면서도 날 선 한 자루 검처럼 날카롭다. 한 줌의 바람이 잠시 머무는 것도 허락하지 않을 듯 조금의 군더더기도 없다. 양쪽 끝이 살짝 올라간 전조등은 세련됐고 람보르기니 특유의 커다란 오각형 공기흡입구는 고성능 차량임을 직접 말해준다.
옆 부분은 직선과 곡선이 조화를 이뤄 역동적이고 멋스럽다. 눈에 띄지 않게 공기흡입구를 세로로 길게 배치해 부담스럽지 않고 자연스럽다. 보통의 슈퍼카와 차별되는 부분이다.
세계의 차량 디자이너들이 가야르도 디자인을 평가하면서 가장 높은 점수를 주는 곳은 단연 뒷부분이다. 가야르도의 심장을 담고 있는 엔진룸이 투명 유리로 덮여있다. 전체적으로 각진 뒷모습은 차체를 더욱 낮아보이게 만들면서 안정감을 준다.
◆ 순식간에 220km/h를 넘어
약간의 긴장감을 갖고 차문을 열었다. 단순하고 깔끔한 실내가 눈에 들어왔다. 몸을 빈틈없이 감싸는 검은색 가죽시트에 스티어링 휠은 일반 승용차보다 약간 두터운 느낌이다. 기어를 중립에 놓고 살짝 가속페달을 밟자 특유의 ‘오오옹~’소리가 앙칼지다. 기어박스 자리에는 주행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 3개의 버튼이 있다. 자동모드를 포기하고 6단 수동기어로 변속하는 노멀모드를 선택했다. 스티어링 휠 뒤쪽에 위치한 패들시프트(수동변속기)로 빠르게 기어를 변속할 수 있다.
간단한 운전교육을 받은 뒤 핸들링과 코너링을 실험해 볼 수 있는 종합주행로에 들어섰다. 1단으로 출발해 가속페달을 살짝 밟자 순식간에 속도가 올라간다. 2단, 3단 기어를 올려가며 S자 코스를 다섯 바퀴가량 돌았다. 슈퍼카는 보통 5000~6000rpm 영역에서 기어를 변속한다. 시속 110km로 90도 커브를 그대로 꺾었는데 한 치의 밀림도 없이 원하는 데로 차가 움직였다. 차에 대한 믿음이 깊어졌다.
고속주행로에 접어들어 가속페달을 깊게 밟았다. 순간적으로 몸이 시트에 파묻히는 느낌이 들더니 속도계가 어느새 150km/h를 넘어섰다. 바람이나 엔진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다. 람보르기니 특유의 배기음 만이 시트를 타고 심장으로 전해왔다. 직선주로에서 조금 더 속도를 내봤다. 계기판 바늘이 220km/h를 넘나든다. 가야르도는 ‘나는 더 달릴 수 있어 페달을 밟아봐’라고 말하고 있지만, 직선로가 끝나면서 속도를 줄였다. 브레이크 페달은 무겁고 깊게 밟아야했지만, 제동력은 확실했다. 혹자는 ‘달리는 사람의 머리채를 뒤에서 확 낚아채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신중균 이사 “올해 국내서 20대 이상 판매 계획”
모의주행과 고속주행, 종합시험주행 등 약 20km를 달리고 차에서 내렸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뒤를 돌아봤다. 방금까지 굉음을 울리며 트랙을 질주했던 검은색 가야르도가 잘 가라고 손짓했다. 짧지만 강렬한 시승이었다.
가야르도 LP560-4의 국내 출시 가격은 3억3690만원이다.(LP550-2는 2억9000만원)
구매자가 원할 경우 옵션을 별도로 선택할 수 있다. 표준 옵션에서 제공하지 않는 컬러나 소재를 원하면 ‘Ad Personam’이라고 불리는 개별화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된다.
람보르기니서울 신중균 이사는 “한국 경제가 급성장하는 만큼 수입차 시장이 확대되고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지고 있다”며 “연내 7개 라인업을 갖추고 20대 이상 슈퍼카를 판매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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