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인수 이행보증금 2755억 은행서 낮잠,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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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 반환요구 없어… ‘상선’ 지분문제 카드로 쓸듯

“왜 2755억 원이나 되는 돈을 돌려달라고 하지 않을까.” 현대차그룹이 인수대금을 납부하고 현대건설을 인수한 지 한 달이 넘었는데도 현대그룹이 채권단에 이행보증금 반환을 요구하지 않고 있어 궁금증을 낳고 있다. 현대그룹은 지난해 11월 현대건설 채권단과 주식매매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현대건설 인수 보증금 2755억 원을 납부했다. 이후 현대그룹은 프랑스 나티시스은행 조달 자금과 관련한 잇따른 의혹 제기로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박탈당했고, 이미 납입한 이행보증금은 현대건설 채권단인 외환은행 계좌에 고스란히 남게 됐다.

은행에 예금만 했어도 이자가 50억여 원(4%대 금리, 5개월 예치 기준)에 이르렀을 금액이다 보니 채권단에서도 이 돈을 부담스러워하는 표정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이행보증금과 관련해 현대그룹으로부터 어떠한 이야기도 듣지 못했다”며 “우리로서도 얘기를 꺼내기가 조심스럽다”고 전했다. 채권단은 일단 비공식 법률자문을 통해 이행보증금 임의 반환은 힘든 것으로 의견을 모으고 현대그룹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정작 현대그룹 내부에서는 이행보증금 반환 문제에 대해선 잠잠하기만 하다. 이에 대해 주변에서는 결국 ‘현대상선’ 지분이 걸려서 그런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현대그룹이 어떤 식으로든 현대차와 지분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이행보증금 반환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이 화해 제스처를 취하는 듯했지만 현대그룹이 아직 현대차그룹에 요구한 현대상선 지분을 되돌려 받지 못했다”며 “현대상선 지분이 어떻게든 정리돼야 이행보증금 반환이 거론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현대그룹은 현대건설이 갖고 있는 현대상선 지분 7.75%를 되돌려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현대차를 포함한 범현대가가 현대그룹 경영권을 흔들 목적이 없다면 상선 지분을 넘겨주는 것이 맞다는 주장이다.

현대그룹이 현대차그룹을 상대로 현대건설 인수와 관련해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했다며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첫 공판이 6일 열리는 등 양측의 법정싸움은 계속 진행되고 있다. 현대차와의 현대상선 지분 문제가 잘 해결되지 않을 경우 현대그룹이 이행보증금 반환소송을 카드로 사용해 ‘상선 지분’의 이슈화를 이끌 가능성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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