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출신 4명, 2조3582억 범죄 주도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6일 03시 00분


기소된 부산저축銀 감사들… 불법대출-분식회계 한통속


저축은행의 불법과 비리를 감시할 목적으로 임명된 금융감독원 출신 감사들이 되레 저축은행의 대주주 및 계열 은행장과 한통속이 돼 천문학적 규모의 불법대출과 분식회계를 주도한 것으로 5일 드러났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김홍일 검사장)가 최근 기소한 부산저축은행그룹 계열은행 감사 4명은 대주주의 지시를 받아 계열은행장과 함께 1조1017억 원에 이르는 불법대출, 1조1022억 원 규모의 분식회계, 1543억 원의 배임 행위 등 총 2조3582억 원의 경제범죄를 저질렀다. 부산저축은행그룹의 7조 원대 경제범죄 가운데 3분의 1이 금감원 출신 감사의 손을 거쳐 이뤄진 셈.

금감원 국장 출신인 부산2저축은행 감사 문모 씨(63)는 대주주와 함께 8514억 원의 불법대출과 8336억 원의 분식회계, 682억 원의 배임 행위를 저지른 혐의로 1일 구속 기소됐다. 문 씨는 박연호 부산저축은행 회장의 광주 K고교 2년 선배로 임원회의에서 핵심 구성원 역할을 하며 투자 대상과 액수, 세부조건 등을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부국장 출신인 대전저축은행 감사 김모 씨(57)는 김태오 대전저축은행장과 함께 2009년부터 1561억 원의 분식회계 과정에 모두 참여하는 한편 김 은행장을 대신해 200억 원대 불법대출과 120억 원대 배임 행위를 직접 실행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금감원 수석검사역 출신 중앙부산저축은행 감사 최모 씨(61), 전주저축은행 감사 유모 씨(55)도 각각 1000억 원이 넘는 불법대출과 분식회계를 주도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들은 조사 과정에서 “대주주들이 세운 특수목적법인(SPC) 120곳이 모두 대주주가 경영하는 위장 계열사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불법대출에 가담했다”고 시인했다. 또 ‘문어발식’ 투자로 인한 손실을 감추기 위해 은행장과 함께 임원회의에 참석해 분식회계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알려줬다.

검찰 관계자는 “금감원 출신 감사가 자리보전을 위해 불법대출과 분식회계를 대주주와 공모하는 등 감사 기능을 포기한 것이 부산저축은행 부실화의 중대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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