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한 LG’ 깃발 구본준號, 흑자의 바다로

  • 동아일보

1분기 매출 13조1599억-영업익 1308억
평판 TV 판매 늘고 스마트폰 적자 급감

2개 분기 연속 적자에 시달렸던 LG전자가 올해 1분기(1∼3월) 영업이익을 내면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10월 구본준 부회장(사진)이 ‘구원투수’로 등장한 뒤 5개월 만의 일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독한 LG’를 내세우며 임직원을 독려했던 구 부회장의 리더십이 성과를 인정받게 됐다.

27일 LG전자가 발표한 1분기 매출은 13조1599억 원, 영업이익은 1308억 원이었다. 지난 분기 2457억 원에 이른 적자가 단숨에 흑자로 돌아선 데는 TV 사업의 실적 개선과 휴대전화 사업에서 손실을 크게 줄인 덕이 컸다. 하지만 당기순손실은 157억 원으로, 흑자전환에 실패했다.

○ 독한 TV, 숨돌린 스마트폰

흑자전환의 1등 공신이 된 홈엔터테인먼트(HE)사업부는 1분기에 680만 대의 평판 TV를 판매했다. 부가가치가 높은 사업 분야에서 확실한 자리를 굳힌 것이다. 이 기간 LG전자는 3차원(3D) TV 사업에서 삼성전자와 ‘3D TV 전쟁’이라 불릴 정도로 팽팽한 신경전을 이어갔다. ‘인화’를 앞세워 갈등을 피하던 기존의 LG전자 분위기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구 부회장 체제의 LG전자는 달랐다. 싸움을 피하지 않았고, 진흙탕에서 뒹구는 데에도 주저함이 없었다. 결과적으로 HE사업부는 5조2796억 원의 매출과 821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흑자전환을 이루면서 LG전자의 위기 탈출을 이끌었다.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이었던 휴대전화 분야 MC사업부는 2조9091억 원의 매출에 1005억 원의 적자를 봤다. 하지만 이는 2621억 원의 적자를 냈던 지난 분기보다는 적자폭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옵티머스2X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판매가 늘면서 실적이 상대적으로 양호해졌다”고 말했다.

가전제품을 만드는 HA사업부는 매출 2조6988억 원, 영업이익 1027억 원으로 꾸준히 좋은 실적으로 내고 있고 에어컨과 에너지사업을 맡은 AE사업부도 1조4519억 원의 매출과 391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 구본준 리더십

올해 1월만 해도 구 부회장은 “항공모함은 돛단배처럼 방향을 바꾸기 쉽지 않다”며 LG전자의 실적 회복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이날 발표된 실적은 항공모함을 돛단배처럼 움직이는 구 부회장의 강한 리더십을 보여줬다. 특히 1분기는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환율도 하락(원화가치 상승)하는 등 대외적 경영환경이 악화되던 시점이었다. 이 과정에서 구 부회장은 지난해 1분기에 이뤘던 사상 최대 매출(13조2173억 원)에 버금가는 실적을 올렸고 적자를 보던 회사도 흑자로 돌려놨다. LG전자 관계자는 “구 부회장 취임 이후 아시아와 아프리카, 중남미 등 신흥 시장에서의 매출을 확대하면서 회사 체질이 위기에 강한 체질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직 LG전자의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선 휴대전화 사업이 여전히 적자다. 스마트폰 판매가 늘면서 MC사업부의 적자가 줄어들기는 했지만 아직 LG전자는 애플의 ‘아이폰’이나 삼성전자의 ‘갤럭시S’ 같은 1000만 대 이상 팔리는 히트제품은 만들지 못했다. 아직 3D TV나 스마트 TV에 선뜻 지갑을 열지 못하는 소비자를 설득하는 것도 과제다.

이에 대해 LG전자 측은 이날 실적발표 보도자료를 통해 “2분기(4∼6월)에는 신흥시장에서의 TV 판매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전략 스마트폰을 선보여 휴대전화 사업의 수익성도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송인광 기자 l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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