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물 면전서 쓴소리 한 ‘대책반장’ 김석동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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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피아 대선배 강만수, MB와 친분 이팔성 어윤대 김승유 모셔놓고…
강만수, 후배 힘실어주기도

논의 주제만큼이나 의전(儀典)에도 관심이 쏠린 간담회였다. 18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권혁세 금융감독원장, 5대 금융지주 회장들과의 조찬간담회 이야기다.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 어윤대 KB금융 회장,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 강만수 산은금융 회장 등은 하루 전날 떨어진 금융당국의 ‘긴급 호출’을 받고 이른 아침 명동 은행회관에 모습을 드러냈다.

의전에 관심이 쏠린 건 참석자 모두가 ‘실세 중의 실세’였기 때문이다. 이 회장과 어 회장, 김 회장은 고려대 출신으로 이명박 대통령과도 친분이 두터운 이른바 ‘대통령의 지인들’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강 회장은 행정고시 8회 출신으로 경제관료 가운데 이른바 ‘모피아’(옛 재무부 출신 관료를 ‘마피아’에 빗댄 용어)의 대부 격이면서 이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 행시 23회 동기인 김 위원장이나 권 원장에게는 까마득한 선배다. 강 회장이 재정경제원 차관 시절 김 위원장은 외화자금과장으로 일했다.

이 때문에 ‘영원한 대책반장’이라는 별명이 붙은 김 위원장이나 스스로 ‘금융감독의 종결자’가 되겠다고 선언한 권 원장도 ‘싫은 소리’를 함부로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모두발언부터 작심하고 쓴소리를 내뱉었다. 그는 “금융권의 소극적 지원이 건설사 경영에 어려움을 가져오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뼈아픈 말을 던졌다.

이에 대해 강 회장은 “은행이 PF 대출 담보도 없는 상태에서 무작정 지원만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카드사들이 카드론 같은 고리대금업으로 저축은행 영업기반을 잠식하고 있다”고 비판해 신용카드 과당경쟁을 억제하려는 김 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금융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김 위원장은 ‘유익한 논의’라고 말했지만 지주회사 회장님들이 사실상 ‘금융정신교육’을 받은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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