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부토건, 기업회생절차 신청 철회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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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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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단과 논의… 대출만기 연장-담보제공 등 재협상
금융권 “꼬리 자르기” 비판… 국회 기촉법 논의 탄력

12일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를 신청한 삼부토건이 대주단과 대출 만기 연장 및 담보 제공 여부 등에 대해 다시 논의를 시작하면서 기업회생절차 신청을 철회할지 주목된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부토건과 은행 등 대주단은 전날 오후부터 대출 만기 연장과 담보 제공에 대한 재협상에 나서 이번 주 안에 철회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대주단은 삼부토건에 만기 연장을 받으려면 서울 강남의 라마다르네상스 호텔을 담보로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삼부토건은 너무 무리한 요구라며 맞서고 있다. 양측이 견해차를 좁히게 되면 삼부토건은 호텔을 담보로 내놓고 기업회생절차 신청을 철회하는 대신 대출 만기일을 연장 받게 된다. 일부 대출과 기업어음(CP)을 상환하고 대주단의 자금을 지원받아 기업 정상화를 추진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기업회생절차 신청 당시보다 논의가 긍정적으로 진행되고는 있지만 양측의 대립은 여전하다. 금융권은 삼부토건이 12일 갑자기 법정관리 신청을 한 것에 대해 LIG건설에 이은 부실계열사 ‘꼬리 자르기’라고 비판하고 있다. 삼부토건은 라마다르네상스호텔의 지분 가운데 약 95%를 점한 대주주로, 부실한 삼부토건을 정리해 우량 회사인 호텔을 보호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삼부토건 관계자는 “공동사업자인 동양건설산업의 연대보증을 위해 호텔까지 담보로 내놓으라고 하는 건 우리에게 너무 무리한 요구”라고 주장했다. 그는 “법정관리 철회 가능성을 열어두고 논의하고는 있지만 솔직히 채권단이 담보 요구를 철회해주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토목건축공 사업면허 1호 업체인 삼부토건이 무너질 위기에 처하자 올해 1월 1일부터 폐지된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 재입법을 위한 국회의 논의에 탄력이 붙고 있다. 정부와 금융권은 기업의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진행에 필요한 자율적인 구조조정 방법과 절차를 담은 기촉법이 제정돼야 비슷한 사태를 막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워크아웃은 금융 채무만 동결하는 반면 법정관리는 금융 채무뿐 아니라 상거래 채무까지 동결하기 때문에 법정관리를 신청한 기업과 관계를 맺은 금융회사, 개인 투자자들은 더 큰 피해를 본다.

기촉법이 없는 지금 상태에서도 자율 워크아웃을 할 수는 있지만 채권단 전체의 의견이 일치해야 가능하다. 지금처럼 저축은행을 비롯한 제2금융권의 여신 비중이 30% 수준까지 늘어난 상태에선 사실상 워크아웃이 실현되기는 힘들다. 실제 이번 협의 과정에서도 주채권은행들은 만기 연장에 동의했지만 저축은행과 일부 증권사가 담보를 요구하며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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