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칼럼]북엇국과 루이뷔통… 대기시간의 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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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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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무교동에는 40년도 더 된 북엇국집이 있다. 직장인이 한꺼번에 몰리는 점심시간에는 10m 넘게 긴 줄이 선다. 메뉴는 북엇국 하나다. 앉자마자 식사가 나온다. 반찬, 양념, 숟가락은 식탁 수납함에 들어 있다. 성인 남자는 10분도 안 돼 식사를 뚝딱 끝낸다. 그러니 자리 회전이 빠르다. 주인이 얘기해주지 않아도 한두 번만 와보면 얼마를 기다려야 할지 짐작할 수 있다.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루이뷔통 매장 앞에서도 입장을 기다리는 고객이 주말 극장 앞처럼 늘어선 진풍경이 종종 펼쳐진다. 세일 기간엔 ‘특별한 고객들을 모신다’는 럭셔리 브랜드 매장 앞이 장날처럼 북적인다. 이런 불편과 비용마저 감내하며 기다리는 충성도 높은 고객이 있기 때문이다.

수요가 몰리는 곳에는 어디든 줄이 늘어선다. 럭셔리 매장이든 국밥을 파는 시골 장터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기업과 상인에게 피크타임(Peak time)과 대기시간(Waiting time) 관리는 골칫거리다. 서비스는 상품과 달리 저장할 수 없다. 생산되는 순간 소비된다. 재고도 없다. 그래서 일시적으로 수요가 폭증하면 공급이 달린다. 무작정 인력과 설비를 대폭 늘릴 수도 없다. 게다가 서비스 공급이 늘어난다고 해서 이에 비례해 대기시간이 줄지도 않는다.

아웃소싱이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공급을 일시적으로 확대하거나 피크타임 이외 시간에 할인 혜택과 각종 쿠폰을 제공해 수요를 분산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추가 비용이 들어가는 일이다. 그래서 럭셔리 브랜드처럼 높은 충성도를 가진 고객과 한정된 공급자가 존재하는 ‘판매자 시장(seller’s market)’에서는 대기비용을 아예 고객에게 전가한다. 무작정 기다리게 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중저가 수입 패스트패션 브랜드들까지 경쟁적으로 ‘묻지 마 고객 줄 세우기’에 나선다.

대수롭지 않게 보이는 이 대기시간이 고객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다. 심지어 기다리는 시간이 실제 서비스 시간보다 고객 만족도에 더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영문도 모르고 기다리거나, 기다리는 동안 새치기로 공정하지 못한 대우를 받았다거나, 불편한 상황에서 기다려야 하거나, 동료 없이 혼자 기다려야 할 때 사람들의 불만은 더 커진다.

그래서 진정한 고수들은 고객의 ‘심리적 경험’을 조절하는 방법을 활용한다.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고 예측 가능하다면 시간이 실제보다 짧게 느껴진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엘리베이터 앞에 거울을 설치하는 이치다. 실제로 크리스피크림은 주문대기 줄 옆에 도넛 생산 과정을 볼 수 있는 투명 창을 설치했다. 미국 뉴욕 록펠러센터는 기다리는 고객에게 다큐멘터리 영화를 틀어준다. 미국 디즈니랜드는 줄을 서지 않고도 지정된 시간에 놀이기구에 입장하는 ‘패스트패스(FASTPASS)’ 티켓을 고안했다. 줄에 발이 묶인 고객은 매출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점을 주목한 것이다. 그 결과 줄에서 해방된 고객들은 기다리는 시간에 다른 서비스를 추가로 이용했다. 고객 만족도는 물론이고 놀이공원의 수익도 늘었다.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사소해 보이는 줄서기 방법의 개선을 통해서도 고객 가치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스놉 효과(속물 효과·많은 사람이 구입하면 하찮다고 생각해 수요가 오히려 떨어지는 현상)’에 기댄 ‘묻지 마 줄 세우기’가 영원할 수는 없다. 시장 판도가 바뀌면 고객 반란에 직면하기 십상이다. 무교동 북엇국집의 이유 있는 줄서기가 세련되진 않아도, 빛이 나는 이유다.

박용 미래전략연구소 경영지식팀 기자 parky@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 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78호(2011년 4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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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재해석한 ‘오리시키 콘셉트’ 성공 비결

▼ METATREND Report


일본인 디자이너인 나오키 가와모토(川本尙毅)가 선보인 클러치백은 입체감이 살아있는 여성용 작은 핸드백이다. 하지만 이를 펼치면 순식간에 평면의 패널로 변한다. 그가 디자인한 슈트케이스(여행용 옷가방)도 마찬가지다. 언뜻 보기에는 여느 슈트케이스와 다름없지만 집에 보관할 때에는 슈트케이스를 옷과 함께 펼쳐서 옷걸이에 통째로 걸어둘 수 있다. 이 슈트케이스는 여행 중에는 옷을 담는 공간이 되고, 집에서는 수납공간을 넓혀주는 역할을 한다. 일반 슈트케이스가 여행 중 요긴하게 쓰여도 집에 보관할 때 공간을 낭비한다는 점을 감안했다. 가와모토는 공간을 변환한 이들 제품을 ‘오리시키 콘셉트’라고 명명했다. 오리시키는 일본식 종이접기 공예인 ‘오리가미(折り紙)’와 방식을 뜻하는 ‘시키(式)’의 합성어이다. 2차원과 3차원의 경계를 넘나드는 디자인으로 심미적 가치를 향상시키고 새로운 기능을 만들어낸다. 이처럼 공간을 색다르게 해석해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트렌드를 소개한다.



제품개발 ‘분업과 협력의 코드’ 활용 노하우

▼ MIT슬론매니지먼트리뷰


한 컴퓨터 서버 회사는 특정 부품을 한번 개발하기만 하면 여러 제품에 두루두루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하고 공급업체에 부품 개발을 의뢰했다. 물론 이는 이론적으로 실현 가능한 계획이다. 하지만 성능 테스트에서 이 부품을 사용한 제품들의 기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기적 상호작용과 기계적 상호작용, 열 상호작용 등 때문이었다. 이 회사는 부품이 제품 성능에 미치는 영향을 꽤 오랜 시간 연구했고 결국 최종 제품 개발은 하염없이 지연됐다. 결국 이 회사는 제품 개발에 수백만 달러를 쏟아 붓고 난 뒤 특정 부품을 한 개의 플랫폼으로 활용하려는 기존 계획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는 협업을 하는 서로 다른 조직들이 제대로 융합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타난 문제다. 각기 다른 조직들은 산업, 지리적 위치, 시간대, 비즈니스 문화가 서로 다르다. 따라서 여러 조직이 복잡한 제품을 개발하는 협업을 할 때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을 제시한다.



작은 실패에서 ‘성공의 길’을 찾아라

▼ 실패학 연구


렌터카 업체인 허츠(Hertz)는 렌터카 시장에서 부동의 1위였다. 허츠는 고객을 여행자로만 한정해 뼈아픈 실책을 저질렀다. 정비소에 차를 맡기고 차를 빌려 타려는 도심의 렌터카 수요를 간과한 것. 결국 허츠는 이 수요를 노리고 시장에 진입한 엔터프라이즈(Enterprize)에 추월당했다. 코닥은 기존 사업에 대한 미련 때문에 실책했다. 코닥은 1981년 디지털 사진이 100년 전통의 필름이나 종이 관련 산업에 위협이 될 것이라는 점을 일찌감치 알아차렸다. 하지만 코닥은 기존 사업을 확대해서 디지털 기술을 역이용할 수 있다고 보고 오히려 기존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집행했다. 새로운 시장의 가능성을 과소평가하고 과거의 성공에 지나친 자신감을 가졌기 때문이다. 도널드 설 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는 이를 ‘활동적 타성(active inertia)’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기업은 종종 시장의 변화를 무시하고 과거 성공 방식을 답습하곤 한다. 잘나가는 기업일수록 활동적 타성의 덫에 빠질 위험이 높다. 기업들이 실패하는 원인을 체계적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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