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銀 몰리며 신용대출 시장 과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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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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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대출 6개월새 1400억 늘어… ‘제2의 PF 사태’ 우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호되게 당한 저축은행들이 신용대출에 뛰어들면서 신용대출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대부업체나 캐피털사도 금리인하 등으로 맞서 신용대출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3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가계 신용대출 잔액은 작년 말 4조6000억 원에서 올 1월 말 4조9000억 원으로 한 달 새 3000억 원이나 급증했다. 2009년 말 3조2000억 원에서 1년 만에 44%가량 늘어난 데 이어 증가 추세가 계속 이어지는 셈이다. 300만 원 이하 소액 신용대출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6월까지 6200억 원 수준을 유지하던 저축은행의 소액 신용대출 잔액은 작년 말 7600억 원으로 6개월 만에 1400억 원이 증가했다. 이는 최근 몇 년간 부동산 PF 대출의 잇단 부실로 돈 굴릴 곳이 마땅치 않았던 저축은행들이 소액 신용대출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금융당국이 저축은행들이 본연의 업무인 서민금융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데다 탄탄한 영업망을 갖춘 금융지주사들이 저축은행을 잇따라 인수하면서 저축은행의 소액신용대출 확대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소액대출시장을 주 무대로 하는 대부업체와 캐피털사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대부업체 상위 5개사의 이자수익은 20% 이상 증가하는 호조를 보였다. 대형 대부업체들은 정부의 금리인하 방침에 맞춰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려 30% 중후반대인 저축은행 금리와 큰 차이가 없는 상태다. 러시앤캐시 관계자는 “오랜 기간 축적한 고객 데이터와 신용평가 시스템을 강화해 경쟁에 나설 생각”이라고 했지만 금리가 높고 규모가 작은 대부업체들은 저축은행 공세에 입지가 좁아질 수도 있다.

캐피털사도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포석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현재 캐피털사는 평균 금리가 28%, 최고 금리가 29.95%로 저축은행과 대부업체보다 10%포인트가량 낮다.

저축은행들의 소액 신용대출 확대에 대해 또 다른 부실을 낳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일부에서 나온다. 신용등급이 낮은 고객에 대한 데이터나 신용평가 시스템이 없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뛰어들었다가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작년부터 저축은행중앙회 차원의 통합 개인신용평가시스템(CSS) 구축을 추진하고 있지만 일부 저축은행이 반발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신용대출 브랜드를 가진 곳은 많지만 제대로 소액 신용대출을 하는 곳은 4, 5곳에 불과하다”며 “고객 정보 확보나 신용평가 시스템 없이 무작정 뛰어들었다가는 제2의 PF 부실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금감원도 이 점에 주목해 저축은행 신용대출 추이를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저축은행이 소매 금융에 집중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신용대출 규모가 빠르게 늘어나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서민 대출기관의 리스크 관리와 모집 방식 등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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