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경제]합병공시 번복… 교보KTB스팩에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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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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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의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가 결정 나지 않은 인수합병(M&A)을 섣불리 공시했다가 하루 만에 철회하는 해프닝이 벌어졌습니다. 경솔한 공시로 진행 중이던 M&A가 무산된 교보KTB스팩의 이야기입니다.

스팩은 비상장 기업의 인수를 목적으로 증권사에서 설립한 회사입니다. 상장돼 거래는 되지만 M&A 대상을 찾아 확정하기 전까지는 사업 내용이 없기 때문에 ‘껍데기 회사’로 불립니다. 스팩은 3년 안에 M&A 대상을 찾아 상장시켜야 하며 이 제도는 지난해부터 국내에 도입됐습니다.

30일 교보KTB스팩이 홈쇼핑에서 ‘하유미 팩’으로 유명한 화장품 제조업체 제닉을 흡수 합병하기로 했다고 공시했을 때만 해도 최근 업계 최초로 합병에 성공한 대신증권 스팩 이후 두 번째 합병스팩이 탄생하는 듯했습니다. 교보KTB스팩 측은 “제닉이 합병을 통해 코스닥시장에 상장함에 따라 경쟁력 강화, 경영 효율성을 제고해 주주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공모금액 250억 원, 합병 비율은 5.11 대 1, 합병기일 8월 1일 등 세부 내용도 공개했습니다.

하지만 공시가 나간 직후 합병 대상 기업인 제닉이 반발하며 상황이 반전됐습니다. 제닉 관계자는 “주주들의 동의를 받는 과정이었으며 확정된 게 없었다”며 “보안유지가 가장 중요한 M&A 과정에 이런 일이 터졌으니 합병은 완전히 무산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태가 이렇게 되자 교보KTB스팩은 실무자들의 실수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합병 추진의 전제가 되었던 사항들에 중대 변동이 발생해 합병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게 됐다’며 합병 취소 공시를 냈습니다. 거래소 측은 하루 만에 공시를 번복한 책임을 물어 불성실 공시법인으로 지정했습니다. 교보KTB스팩은 신중해야 할 M&A 과정에서 물의만 일으킨 허술한 공시로 책임을 피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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