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 특화로 저층의 조망권을 확보한 경남 ‘양산반도유보라2차’의 투시도. 반도건설 제공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주부 김모 씨(40)는 아파트 1층에서 살던 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속상하다. 앞 동에 막혀 햇볕도 잘 들지 않았고 현관 옆이라 오가는 사람이 많다 보니 늘 시끄러웠다. 누가 들여다볼까 창문도 활짝 열 수 없었다. 김 씨는 “다른 층보다 훨씬 싸게 내놔도 집을 보러 오는 사람이 없어 다시는 1층에 살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아파트 1∼3층이 ‘애물단지’에서 새로운 로열층으로 변신하고 있다. 건설사들이 저층 미분양을 줄이기 위해 저층을 겨냥한 단지조경, 평면 등을 특화해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멀리 강이 보이는 탁 트인 개방감은 없지만 단지조경이 강화되면서 내 집 정원 같은 아기자기한 전망을 얻게 됐다. 다음 달 반도건설이 경남 양산신도시에서 분양하는 ‘양산반도유보라2차’는 지상 주차장을 없애고 축구장 크기의 중앙광장을 만들었다. 광장에는 나무와 잔디, 조각상, 분수 등을 배치해 거실에 앉아서도 자연을 즐길 수 있게 했다.
최근 입주를 시작한 경기 고양시 식사지구의 ‘일산자이 위시티’는 ‘명품 경관화 전략’에 따라 약 100개의 테마별 정원이 조성됐다. 소나무 조경공사비로만 500억 원 이상 투입된 명품 조경의 가장 큰 수혜자는 1층 주민이다. 소나무가 우거진 호수광장이 거실 바로 앞에 그림처럼 펼쳐진다. 롯데건설이 다음 달 공급하는 ‘불광 롯데캐슬’은 경사진 지형 특성을 살려 층별로 발코니 위치와 깊이를 차별화했다. 저층에서는 고층과 다른 각도로 조경을 즐길 수 있다.
저층만을 위한 특화설계도 눈에 띈다. SK건설이 경기 수원시 정자동에서 분양하는 ‘수원 SK스카이뷰’는 1층 천장 높이를 다른 층보다 20cm 높게 260cm로 설계했다. 저층의 단점인 일조량을 늘렸고 탁 트인 개방감을 선사한다. SK건설은 올해 분양단지부터 1층을 복층형 펜트하우스 거실로 꾸민 평면을 선보일 계획이다. 1층 특정 부분 천장을 터서 층고가 5m에 이른다.
GS건설은 ‘1층 복층형 다락방 설치 평면’을 개발했다. 1층 거실 위쪽에 거실 면적만큼 수납공간으로 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상대적으로 높아진 거실 창을 통해 빛이 많이 들어 2층 단독주택에 사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현대엠코는 아파트 저층부를 개별 주차장과 미니 정원을 갖춘 도심형 타운하우스형으로 조성하는 평면을 개발해 저작권 등록을 마쳤다.
저층에 특화된 평면 도입은 실제 분양 성공으로도 이어졌다. 지난해 11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충남 세종시에 분양한 ‘첫마을 퍼스트프라임’은 중소형에 복층구조를 도입해 높은 경쟁률을 거뒀다. 지상 4층짜리 저층 동의 일부를 1∼2층, 3∼4층으로 나눠 각각 복층 구조로 내놨다. 1∼2층 복층은 1층 바로 밑의 지하층을 전용 공간으로 쓸 수 있도록 했다.
이만호 반도건설 상무는 “특화된 단지조성과 평면설계 차별화로 고층이 로열층이란 인식이 바뀌고 있다”며 “일부 수요자 중에는 오히려 저층을 더 선호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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