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병까지 거래되는 비타500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23일 23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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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광동제약 사무실에는 세계 각지에서 문의전화가 걸려옵니다. 비타민 음료 '비타500'의 새 광고모델로 소녀시대를 기용한 뒤 생긴 현상입니다. 광동제약은 이달 초 제품 포장지에 소녀시대 9명의 사진을 각각 인쇄한 '스페셜 에디션'을 선보였습니다. 이와 동시에 내보낸 TV 광고는 유튜브를 통해 세계로 퍼졌습니다.

그러자 동남아시아 각국은 물론 미국, 일본, 벨기에 등지에서도 "비타500을 사고 싶다", "우리나라에도 발매되느냐"는 문의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른바 '소시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것입니다.

소녀시대 사진이 붙은 비타500은 글로벌 오픈마켓 이베이에도 등장했습니다. 소녀시대 팬들이 해외에도 많다는 점에 착안한 판매자가 광동제약과 소녀시대의 광고계약은 국내에만 한정돼 있어 해외에서는 이 상품이 유통되지 않는다는 점을 활용해 비타500 소녀시대 에디션 제품과 판촉용 포스터 등을 내놓은 겁니다.

이베이에 올라온 비타500 포스터의 값은 최고 29.9달러(약 3만4000원), 소녀시대 멤버를 모두 모은 비타500 9개 세트는 15.99달러(약 1만8000원)에 이릅니다. 100ml짜리 비타500 한 병의 국내 판매가는 유통망에 따라 다르지만 500원 정도입니다. 포스터는 따로 팔지는 않지만 근처 편의점이나 슈퍼에서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이베이에선 심지어 빈 병도 소녀시대 라벨이 붙어있다는 이유만으로 한 병에 최고 1.99달러(약 2200원)에 거래됩니다.

지난해 한국코카콜라가 아이돌 그룹 '2PM' 사진을 라벨에 붙여 내놓은 콜라의 빈 페트병도 이베이에서 300ml 2개에 3.79달러(약 4300원)나 합니다. 이 같은 '아이돌 마케팅'은 매출 증가로 직결됩니다. GS25에 따르면 비타500은 소녀시대를 모델로 기용하면서 이달 1~21일 매출이 지난달 같은 기간에 비해 12% 늘었습니다.

오뚜기의 '뿌셔뿌셔'는 2009년 10월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얼굴이 들어간 디자인으로 바꾼 뒤 매출이 29.2% 늘었습니다. 지난해 6월 여성그룹 'F(X)'의 사진으로 포장지를 바꾸자 매출은 다시 28.8% 증가했습니다.

식품업계는 아이돌 마케팅이 느는 이유를 스타 이미지가 고객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합니다. 차은철 GS25 식품팀장은 "식품은 먹어봐야 입소문도 나는데 스타의 얼굴이 그려진 상품은 강한 인상을 줘 쉽게 구매로 이어지고 매출에도 도움을 준다"고 설명합니다.

아이돌 그룹의 인기가 계속되는 만큼 이들을 활용한 식품업체들의 마케팅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입니다. 그들을 선망하는 팬들은 수집해야 할 아이템이 더 늘어나게 돼 기뻐할지 궁금합니다.

박승헌기자 hpar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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