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Golf]경기 이천 블랙스톤GC ‘명품코스’로 눈길

  • 동아일보

까다로운 벙커위치부터 웅장한 클럽하우스까지

4월 28일 개막하는 유럽투어 발렌타인챔피언십을 유치한 경기 이천시 블랙스톤GC의 북코스 4번홀 전경. 블랙스톤GC 제공
4월 28일 개막하는 유럽투어 발렌타인챔피언십을 유치한 경기 이천시 블랙스톤GC의 북코스 4번홀 전경. 블랙스톤GC 제공
지난해 9월 개장한 경기 이천시의 블랙스톤GC는 회원이 278명에 불과하다. 이처럼 수도권에 자리 잡은 소수 정예 골프장은 폐쇄적인 운영으로 프로 골프대회 개최와는 거리가 멀다. 불편을 겪게 될 회원의 반대, 수십억 원에 이르는 영업 손실에 자칫 갤러리가 몰려들어 코스에 손상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골프장은 어니 엘스(남아공), 양용은 등 스타들이 출전하는 가운데 4월 28일 개막하는 유럽투어 발렌타인챔피언십을 개최한다.

“솔직히 내부 반발이 심했어요. 굳이 대회를 해야 될 이유가 뭐냐는 말까지 나왔죠. 국내 골프장과 골프 문화를 끌어올릴 투자라며 설득했습니다.”

제주와 이천에 있는 블랙스톤리조트를 이끌고 있는 원기룡 대표(36)의 얘기다. 한국골프장경영자협회에 따르면 원 대표는 257개 회원사 중 최연소 최고경영자다. 모기업이자 반도체 트레이 제조업체인 ㈜대원산업 원용권 창업주의 차남으로 2002년 골프리조트 사업에 뛰어들어 10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두 군데 골프장 개장을 주도했다. 직접 잔디를 옮기는가 하면 내부 인테리어 자재 구입을 위해 세계를 누볐다. 블랙스톤은 서양 연금술에 나오는 ‘현자의 돌’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당초 3년 전 처음 한국에서 발렌타인챔피언십을 개최할 때 유럽투어 측이 제주 블랙스톤GC를 대회 장소로 요청했으나 그땐 사양했다. 올해부터 유럽투어 측이 서울 근교에서 장소를 물색해 3년간 계약을 했다.

대회는 27홀 가운데 북, 서코스에서 열린다. 페어웨이와 러프는 자연 상태를 최대한 보존하도록 설계돼 섣부른 공략을 허락하지 않는다. 해저드가 많고 벙커의 위치까지 세심히 조절해 샷의 변별성을 높였다. 평균 그린 면적이 219평으로 큰 데다 굴곡까지 심해 퍼트가 쉽지 않다. 발렌타인챔피언십 예선에서는 73타가 최저타였을 정도.

지난해 방문했던 톰 왓슨(미국)은 “까다롭다. 잘 친 샷에 대한 보상과 그렇지 못한 샷의 페널티가 확실히 구분된다”고 평가했다.

평균 경사도 13.2도의 완만한 지형이라 관전도 편하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규정을 충족시키기 위해 일반 골프장보다 600개 이상 많은 1875개의 스프링클러를 설치했다.

이런 노력으로 유럽투어 코스 심사위원들의 현장 답사에서 단 한 곳의 변경 요청도 없었을 만큼 토너먼트 코스 적합 판정을 받았다. 원 대표는 “4월에는 예약 고객 수를 줄여나가다 개막 1주일 전부터는 아예 문을 닫는다. 잔디, 벙커 등이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도록 정성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만드는 데 300억 원 가까이 들어간 클럽하우스는 주말골퍼 사이에 명물로 소문이 났다. 아파트 3층 높이의 웅장한 기둥은 중세 궁전을 떠올리게 한다. 통유리로 된 레스토랑과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예술품을 감상할 수 있는 ‘더 갤러리’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미국 유학 시절 골프에 입문해 현재 80대 중반의 보기플레이어인 원 대표는 “절대로 쉽게 내 것이 될 수 없기에 골프는 매력적이다. 한국의 마스터스 같은 대회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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