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날 일본 증시의 급락에도 상승과 하락 등 혼조세를 보였던 아시아 금융시장이 15일 본격적으로 일본 대지진의 충격파를 받기 시작했다. 일본 증시가 연쇄적인 원자력발전소 외벽 폭발 소식으로 장중 한때 14% 이상 폭락한 데 이어 아시아 금융시장도 ‘원전 공포’로 일제히 추락했다. 》 15일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전날보다 1,015.34엔(10.55%) 급락한 8,605.15엔으로 거래를 마쳐 2009년 4월 28일(8,493엔) 이후 약 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밀렸다. 이날 하락률은 1987년 10월 20일 미국 ‘블랙먼데이’ 때(―14.90%)와 2008년 10월 16일의 리먼브러더스 사태(―11.41%)에 이어 가장 컸다. 일본 증시는 동일본 대지진 이후 첫 개장일인 14일 6.18% 급락한 데 이어 하루 만에 10% 이상 또 폭락하면서 약 51조 엔(약 660조 원)의 시가총액이 사라졌다. 한국 코스피도 이날 47.31포인트(2.40%) 급락한 1,923.92에 마감하며 지난해 11월 30일(1,904.63) 이후 4개월 만에 최저치였다. 이날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후쿠시마 제1원전 2호기에 이어 4호기가 폭발하고 방사성 물질이 대량 누출될 위험이 높아졌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오후 1시 10분 14.48%까지 폭락하는 최악의 공포 상황이 연출됐다.
전문가들은 원전 폭발 사고가 얼마나 더 심해질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소신 있는 전망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호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만일 원자로 폭발에 그치지 않고 핵폭발로 이어진다면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처럼 경제를 넘어 환경과 문화적 충격이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 될 것”이라며 “기술적으로 당시와 다르기 때문에 그 수준까지는 이르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대부분 전문가의 예상”이라고 말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금융연구실장은 “단순한 지진과 지진해일(쓰나미) 피해만으로는 주가가 이 정도로 빠질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원전 폭발과 관련한 향후 방향성에 초점이 모아진다”고 말했다.
원전 폭발이 현재의 수준에서 멈춘다고 해도 일본의 경제 타격은 심각한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지진으로 가동이 중단된 원자로는 총 11기로 이 중 7기를 도쿄전력이 관리한다. 여기에다 시설 정비 문제로 지진 이전에 도쿄전력은 이미 다른 원자로 3기의 가동을 중단했기 때문에 도쿄전력 전체 판매량의 27%에 공급 차질이 빚어진 셈이다.
이날 코스피는 장중 한때 1,900 선이 깨지는 등 큰 충격을 받은 데 이어 대만 자취안지수가 3.35%, 홍콩 항셍지수가 2.86%,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1.41% 동반 하락했다. 삼성증권 신동석 연구원은 “일본 기업들의 생산활동이 수개월간 위축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국 등 주변국의 실물경제로도 충격파가 번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한국은 지난해 기준 대일(對日) 수입의존도가 전체 수입액의 15.1%에 이른다. 특히 철강판, 반도체 제조용 장비, 플라스틱제품, 자동차부품 등의 의존도가 높아 일본의 생산 차질이 장기화하면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일본의 산업활동 위축, 민간의 소비심리 위축, 재정적자 등 악재가 중첩되면서 세계 경기침체를 유발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원전 추가 폭발 및 강력한 여진 발생 가능성으로 외국인들의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강화되면 국내 증시 수급에도 상당한 차질이 우려된다. 전날 1351억 원어치를 사들였던 외국인은 이날 2313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JP모건은 “중동 불안에 이어 일본 대지진으로 글로벌 경제에 충격이 더해졌다”며 올 1분기 글로벌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5%에서 2.5%로, 2분기 전망치를 4.0%에서 3.5%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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