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의 저주? 삼성전자 주가 86만원대로 추락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10일 16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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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월말 '꿈의 100만 원'대에 올라섰던 삼성전자의 주가가 요즘 말이 아니다. 죽쑤던 반도체 값이 오름세로 돌아서고 정보기술(IT) 수요가 살아날 것이라는 점을 근거로 주가가 최고 140만 원까지 갈 것으로 봤던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이 무색하게도 최근 4일간 약세를 보이면서 10일 86만8000원으로 추락했다.

삼성전자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한 시점은 공교롭게도 스티브 잡스가 아이패드2 출시 발표회에 깜짝 등장해 삼성전자의 갤럭시탭 실적이 과장됐다며 독설을 퍼부은 2일(현지시간) 직후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가 '스티브 잡스의 저주'에 걸린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는다.

삼성전자는 진짜 잡스의 저주에 걸린 것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로 주가가 떨어지고 있는 것일까. 잡스는 당시 발표회에서 삼성전자에 대해 "셀인(유통업체 공급)은 200만 대로 꽤 공격적이지만 셀아웃(소비자 판매) 수량은 적었다고 하더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처음엔 상당히 여유로운 반응을 보였다. 잡스가 발언의 근거로 인용한 월스트리트 저널의 보도는 갤럭시탭 판매가 "꽤 순조롭다(quite smooth)"는 삼성전자 임원의 말을 "꽤 적다(quite small)"로 잘못 알아듣고 나온 오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갤럭시탭 재고물량이 쌓이고 있다는 소문이 이어지다가 9일(현지시간) JP모건은 IT 하드웨어 보고서에서 "올해 태블릿 PC는 수요보다 공급이 35.9%나 초과되는 거품이 끼는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며 "태블릿PC의 거품이 꺼지면서 큰 상처를 받는 쪽은 애플이 아닌 경쟁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7일부터 급락하기 시작해 4일간 8.36% 하락했다.

이에 대해 이선태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태블릿PC에서 삼성이 애플에 밀리는 건 사실이지만 재고가 쌓이고 있다는 건 별로 근거가 없어 보인다"며 "아이패드2에 이어 갤럭시탭도 화면이 더 커진 제품이 나오면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보다는 1분기 실적 둔화에 대한 우려가 더 크다는 것이 문제라는 의견이 나온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 새로운 제품군으로 소비자들의 시선이 향하면서 PC나 TV 같은 전통적인 제품들이 덜 팔렸고, 이 때문에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판매도 부진했다는 지적이다. 김장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1월 말에는 1분기 영업이익 예상치가 3조5000억 원 전후였는데 현재는 3조 원 혹은 그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는 인식이 퍼져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110만~140만 원으로 잡았던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바꾸지 않고 있다. 아직 1분기가 끝나지 않은데다 삼성전자가 이 정도로 고전하고 있다면 다른 IT 업체들도 타격을 받기는 마찬가지인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주도권을 누가 쥐고 있고, 누가 덜 타격을 받았는지는 실적이 나와 봐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하임숙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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