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못팔면 죽는다는 각오로 구두굽 3번 갈며 전국 누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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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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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실패→화물차→대리운전→입사 1년 만에 한국GM 판매왕 이두병 과장

9일 서울 송파구 가락동 한국GM 가락영업소에서 ‘2010년 판매왕’에 오른 이두병 과장이 포즈를 취했다. 이 과장은 상금으로 받은 1000만 원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하기로 했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9일 서울 송파구 가락동 한국GM 가락영업소에서 ‘2010년 판매왕’에 오른 이두병 과장이 포즈를 취했다. 이 과장은 상금으로 받은 1000만 원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하기로 했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그는 30대 초반에는 돈 걱정 없는 사장님이었다. 하지만 사업이 부도가 나면서 화물차 운전사로, 대리운전 기사로 직업이 바뀌었다.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 그는 영업에 도전했다. 종목은 익숙한 자동차로 정했다. 성공을 자신할 수 없었지만 성과는 놀라웠다. 자동차 영업을 시작한 지 1년 만에 약 2900명의 GM대우자동차(현 한국GM) 영업사원을 제치고 ‘2010년 GM대우자동차 전국 판매왕’ 자리에 올랐다.

지난달 26일 서울 송파구 가락동 한국GM 가락영업소에서 만난 이두병 과장(41)의 입사일은 2009년 10월 28일. 한 달 교육을 마치고 12월 현장에 투입된 그는 한 달 동안 차량 12대를 팔아 16명의 영업소 영업직원 가운데 판매 1위에 올랐다. 지난해 10월에는 42대를 팔았다. 입사 이후 지난해까지 판매한 차량은 249대다.

성공의 바탕에는 ‘죽지 않기 위해서 차를 판다’는 각오가 깔려 있었다. 그는 “사업에 실패하고 금융채무불이행자 신분으로 추락했던 기억을 떠올리면 게으름을 피울 수 없었다”며 “지난해 전국을 누비며 구두 굽만 세 번 갈았다”고 말했다.

한때 그는 부러울 게 없었다. 1999년 29세에 모 우유 대리점을 열고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최초로 인터넷 오픈마켓 사이트인 ‘옥션’에서 분유를 팔면서 사업은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인터넷쇼핑이 보편화되자 수익성이 떨어졌다. 벌여 놓은 사업은 감당하기 버거웠다. 이 씨는 “대리점 4개를 운영하는 등 전성기를 맞았지만 현금 흐름이 막히면서 결국 부도가 나고 금융채무불이행자가 됐다”고 설명했다.

사업을 접은 그는 2007년 부모님의 보증을 받아 화물차 운전대를 잡았다. 처음 하는 화물차 운전이어서 요령이 있을 리 없었다. 화물차에 드럼통을 싣다 손가락이 세 개나 부러진 적도 있었다. 생존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지 그때 처음 알았다. 그는 “당시에는 생수값이 아까워 식당에서 물을 얻어 마셨을 정도”라고 회상했다.

이듬해 화물차 운전을 그만두고 대리운전을 시작했지만 언제까지 운전만 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인터넷 구인구직 사이트에 글을 올리고 영업에 도전했다. 한국GM 가락영업소 소장은 “지금까지 겪은 자신의 구구절절한 사연과 이름, 휴대전화 번호를 적은 자기소개서를 인터넷에서 보고 이 씨를 불렀다”고 말했다.

어렵게 얻은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900만 원짜리 ‘마티즈’를 사겠다고 문의하는 고객이라도 연락만 오면 부산까지 달려가 만났다. 계약을 안 하겠다는 고객의 마음을 돌리려 오전 8시부터 경기 남양주시로 내려가 칡즙을 들고 기다린 적도 있었다. 그러자 인터넷 동호회를 중심으로 입소문이 났다. 이 씨는 “영업사원이 홍보를 하면 자기 자랑밖에 안 되지만 고객이 추천을 하니 신뢰가 쌓였다”며 “나보다 멍청한 고객은 없다는 생각으로 거짓말하지 않고 진심으로 고객을 대한 것이 판매의 비결”이라고 밝혔다.

이 씨는 판매왕이 되면서 받은 상금 1000만 원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 달라고 서울 송파구청에 기부할 생각이다. 그는 “대리점을 운영할 때 사회복지시설에 우유 등을 기부하곤 했다”며 “전에는 형편이 안 됐는데 이번에 상금을 받아 기부를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쉐보레 브랜드 도입으로 차를 더 많이 팔 것이라는 기대에 부푼 그는 “올해에는 기부도 더욱 많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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