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피탈’의 탈을 쓴 불법 대부업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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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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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회사 이름 공공연히 사칭
급전 필요한 서민에게 접근

경기 평택시에서 유아복 사업을 하는 윤모 씨(29)는 최근 ‘우리캐피탈’의 한 직원으로부터 대출을 권하는 전화를 받았다. 금융사기가 워낙 기승이라 상담 전에 일단 인터넷으로 회사명을 검색해보고 믿을 만한 곳이라고 판단했다.

윤 씨의 개인정보를 받아 신용평가를 한 직원은 “신용 평가점수가 낮아 대출이 힘드니 평점을 올리는 방법을 알려주겠다”며 컨설팅을 해줬다. 친절한 설명과 다른 회사보다 15∼20% 낮은 금리에 돈을 빌려준다는 말에 180만 원의 수수료를 덜컥 내놨다. 하지만 곧 직원과 연락이 끊겼다. 우리캐피탈 사무실로 전화를 해 봤지만 “그런 직원이 없다”는 답만 들었다.

최근 ‘캐피털 회사’를 가장한 불법 대부업체가 급전이 필요한 고객에게서 수수료만 챙기고 사라져버리거나 고객을 고리의 불법 대부업체에 알선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설 연휴를 앞두고 돈이 급히 필요한 서민들을 노린 사기가 늘어 주의가 요구된다.

불법 대부업체에 걸려들면 대출을 받지 않아도 상담 과정에서 신용정보 조회만으로 신용 등급이 깎이는 낭패를 당하기 쉽다. 대부업체에서 신용조회를 받으면 캐피털사에서 신용조회를 할 때보다 더 낮은 등급을 적용받게 되기 때문이다. 앞으로 제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을 때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대형 캐피털사를 사칭하는 것은 물론이고 존재하지도 않는 캐피털사의 이름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사례를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재 대부업법에 따라 대부업체들은 회사명에 ‘대부’ 또는 ‘대부중계’라는 말을 꼭 포함시켜야 한다. 하지만 전화상담이나 광고에서는 ‘대부’란 명칭을 슬쩍 빼고 ‘캐피털’만 강조하는 사례가 많다. 광고에서 대부라는 명칭을 빼면 허위 과장 광고에 해당되지만 지방자치단체로부터 과태료를 부과받거나 구두 주의에 그치는 등 처벌수준이 낮은 것이 현실이다.

일부에서는 ‘캐피털’과 함께 ‘파이낸셜’ ‘금융’ 등의 명칭을 남발하지 못하게 규정을 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세 가지 명칭은 ‘은행’ ‘카드’와 달리 다른 업종에서 사용하지 못한다는 별도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명칭을 일일이 규제하는 게 만만치 않다는 견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대부업체가 이 단어들을 못 쓰게 되면 피해를 줄일 수 있겠지만 과연 단어 하나하나를 법으로 규제할 수 있는지를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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