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서울 강남구 자곡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보금자리 홍보관에서 한 청약 신청자(왼쪽)가 LH 직원으로부터 상담을 받고 있다. 24∼25일 이
홍보관은 서울 강남·서초 보금자리지구 생애최초 특별공급에 당첨돼 ‘강남 입성’을 꿈꾸는 청약자들로 북적거렸다. 사진 제공 LH
서울 강남구 자곡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보금자리 홍보관. 이곳은 24, 25일 이틀간 ‘냉동 한파’를 녹이는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서울 강남·서초 보금자리주택지구 A2블록의 본청약 일정 중 생애최초 특별공급에 신청하는 청약자들의 열기였다. 24일에는 평일에다 전날 내린 폭설까지 겹쳤지만 오전에만 100여 명이 다녀갔다.
강남·서초 보금자리지구는 주변 시세의 절반 가격으로 서울 강남에 진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꼽히면서 ‘부동산 로또’로 불린다. 여기에 24, 25일 홍보관을 찾은 청약자들 사이에서는 생애최초 특별공급이 추첨 방식이어서 청약통장 납입액이 적고 기간이 짧아도 ‘한번 해볼 만하다’는 분위기가 퍼져 있었다.
24일 아침 일찍 홍보관을 찾은 이정주 씨(63·여)는 “당첨되면 말 그대로 ‘대박’이다”라며 “최대한 정성을 들여야 운이 따를 것 같아 서둘러 나왔다”면서 흥분한 모습이었다. 이 씨의 말처럼 강남·서초 보금자리지구는 단연 돋보인다. 뒤이은 2, 3차 보금자리지구는 위치가 서울 밖이고 부동산경기 침체로 분양가도 주변 시세를 웃돈다. 이번 생애최초 특별공급이 ‘서민들이 부동산으로 성공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말까지 나온다.
평소 선망하던 서울 강남에 내 집을 장만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컸다. 8년째 청약저축을 붓고 있는 백순희 씨(49·여)는 “초등학생인 아이들을 강남의 상급학교에 보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 꼭 당첨됐으면 좋겠다”며 애타는 마음을 전했다. 경기 구리시에서 온 강모 씨 (51)는 “청약통장을 만든 지 10년째인데 한 번도 당첨되지 못했다”며 “그동안 서울로 직장을 다니느라 너무 불편했지만 서울 집값이 비싸 엄두를 못 냈다”고 털어놓았다.
지난해부터 가파르게 오르는 전세금도 이번 청약의 인기를 끌어올린 이유 중 하나. 서초구 서초동에서 전세를 사는 박모 씨(52)는 “서초지구의 분양가 약 3억7000만 원인 115m²형을 신청했다”며 “지금 전세금 수준으로 집을 장만할 기회다”라고 밝혔다. 서울 강동구 강일동에서 전세를 사는 배모 씨(42·여)도 “시어머니, 아이 2명과 전셋집에 살면서 2003년부터 청약저축을 부었다”며 “전세금이 자꾸 오르고 이제 이사 다니는 것도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홍보관에는 2, 3차 보금자리 사전예약에 당첨된 청약자들도 다수 찾아왔다. 사전예약에 당첨됐더라도 본청약까지는 계약이 이뤄진 것이 아니므로 이번 생애최초 특별공급을 신청할 수 있기 때문. 이들에게는 당장 내 손에 쥔 떡보다 남의 떡이 더 크게 보이는 셈. 서미애 씨(38·여)는 “2차 보금자리 사전예약에 당첨됐지만 (강남·서초지구가) 입주 시기도 더 빠르고 입지도 좋아 다시 신청하러 왔다”고 귀띔했다.
청약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자격 기준 때문에 울고 웃는 장면도 벌어졌다. 생애최초 특별공급 청약 자격기준은 청약통장 2년 이상 납입에 최소 납입액이 600만 원을 넘겨야 한다. 또 가구원 중에 한 명이라도 주택을 산 적이 없어야 하고 월평균 소득 기준과 자동차 등 자산보유 기준도 충족해야 한다. 이 기준을 맞추기 위해 급하게 목돈을 청약통장에 넣은 신청자도 있었다. 휴가를 내고 왔다는 김한진 씨(40)는 “600만 원을 채우려고 최근 몇 달간 돈을 최대한 끌어다 입금했다”며 “주변에서 800만 원은 있어야 당첨된다는 소리를 듣고 지난달에 200만 원을 추가로 넣었다”고 말했다.
이런 기준을 잘 모르고 홍보관을 찾은 사람들은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접수를 마친 방모 씨는 “어렵게 살다 보면 600만 원 이상 모아두기 힘들어 청약 못하는 사람도 많다”며 “횟수나 기간의 가점을 주지 않고 납입액 600만 원을 정해놓은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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