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잡기 칼뺀 공정위, 94개 품목 가격담합 조사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12일 03시 00분


업계선 “인위적 가격 통제, 후유증 더 클 것” 반발

물가관리 기구로 변신을 선언한 공정거래위원회가 94개 생활필수품 및 서비스 가격 담합에 대해 사상 최대 규모의 직권조사에 나섰다. 공정위가 개별 품목의 가격과 관련해 대대적인 직권조사를 벌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가 이처럼 강도 높은 압박에 나서면 일시적으로는 물가 인상을 억제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가격왜곡 현상이 일어나 시간이 지나면 눌러놨던 물가가 용수철처럼 한꺼번에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공정위는 서민생활과 관련된 품목 가운데 최근 가격이 인상됐거나 가격 인상이 예상되는 품목들에 대해 10일부터 전면 조사를 시작했다고 11일 밝혔다. 공정위는 밀가루와 두유 커피를 포함한 음료수류, 치즈 김치 단무지와 같은 반찬류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조만간 식료품과 식자재, 주방용품을 비롯한 생활필수품으로 조사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공정위의 조사 대상은 이들 품목을 생산하는 제조업체와 대형 유통업체들이다.

공정위가 이번에 가격 담합 직권조사에 나선 대상은 정부가 서민생활 안정을 위해 상시 감시하는 52개 품목(‘MB물가’ 구성 품목)과 기획재정부가 별도로 가격을 점검하는 42개 품목이다.

이번 조사는 김동수 공정위원장이 3일 취임 직후 물가감시를 강화하기 위해 설치한 ‘가격불안품목 감시·대응 대책반’이 출범한 뒤 처음으로 이뤄지는 조사다. 공정위는 전체 7개 실·국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인력을 대책반에 소속시키는 총동원 태세에 돌입했다. 공정위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기업들은 인위적인 가격통제라며 반발하고 있다. 공정위가 가격이 올랐다는 이유로 직권조사에 나서면 수요 공급에 따라 정상적으로 올라야 할 가격마저 인위적으로 억제해 후유증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물가 관리가 관(官)에 의해 인위적으로 이뤄지면 자원 배분의 비효율성을 초래하고 시장경제의 틀을 왜곡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이번 조사는 1970, 80년대의 물가단속과 같은 가격 직접통제가 아니라 가격담합과 같은 불법 인상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 설을 앞두고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농축수산물과 개인서비스요금 22개 품목을 특별점검 품목으로 지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 ‘설 민생 안정 대책’을 발표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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