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기자의 That's IT]마이너리티 홀대하는 10대위주 음악파일 시장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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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지금 극소수의 의견을 말씀하시는 거예요.”

최근 한 디지털 음악회사 임원과 만났습니다. 자연스레 음악시장 얘기를 했죠. 모두 아시다시피 최근 음악시장에서는 오프라인으로 CD를 사는 고객이 급감했습니다. 대부분 이런 디지털 음악회사의 웹 사이트에서 MP3 음악파일을 사죠.

제 의견은 단순했습니다. 저도 MP3 음악파일을 자주 사는데 결제가 간편했으면 좋겠고 10대들이 좋아하는 아이돌그룹의 노래 외에 다른 노래도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습니다. 30대도, 50대도, 70대도 각자 듣고 싶어 하는 음악은 있게 마련이고 그들도 돈을 내고 음악을 사고 싶어 하는데 지금의 디지털 음악시장은 이런 사람들에게 문턱 자체가 너무 높다는 얘기였죠.

이 임원은 돈을 내고 MP3 음악파일을 사는 사람들의 99%가 10대이고 그들의 90% 이상이 아이돌그룹의 음악을 사기 때문에 1%도 안 되는 저 같은 소수 고객에게 신경을 쓰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답했습니다.

들을 때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런데 돌아서니 좀 이상했습니다. 국제음반산업협회(IFPI)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의 음반시장 규모는 1억4480만 달러(약 1665억 원)입니다. 미국의 30분의 1, 일본의 27분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2005년 한국 음반시장 규모는 약 3500억 원이었는데 두 자료의 기준이 다른 탓도 있겠지만 시장 자체가 크게 줄어든 셈입니다.

이건 아마도 저 같은 사람들을 ‘극소수’로 만들어버린 음악회사들의 책임 아닐까요.

음악 사이트에 접속해 본 경험이 있으시다면 아실 겁니다. 기꺼이 내 돈 내고 음악을 사고 싶은데 MP3 음악파일 하나 내려받으려면 웹 사이트에 접속해 다운로드 프로그램과 결제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오류는 왜 그렇게 자주 생기는지요.

인내심을 갖고 한 곡에 600원을 내고 결제를 하려면 마지막에 “월 5000원에 40곡을 내려받으세요”라는 등 각종 복잡한 상품 안내가 나옵니다. 값이 싸서 좋은 것 같지만 1년 이후에는 다시 내려받을 수 없고 월말까지 노래를 사지 않으면 남은 돈은 환불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제대로 안내되지 않습니다. 이런 경험을 한 사람들이 중고등학교 학생들처럼 1000원, 2000원을 아끼려고 번거로움을 무릅쓸 리 만무합니다. 손님을 쫓아내는 셈이죠.

미국에서 인기를 끈 ‘판도라’라는 음악서비스가 있습니다. 노래를 몇 곡 고르면 자동으로 사용자의 취향을 분석해 ‘좋아할 만한 음악’을 추천해주는 서비스입니다. 판도라를 창업한 팀 웨스터그린은 이 서비스에 대해 “음악을 듣고 싶은데 10대 시절처럼 새로 나오는 음반을 모조리 들어볼 시간이 없는 중년을 위한 음악 추천 서비스”라고 말했습니다. 10대가 아닌 고객으로 시장의 파이를 키우려는 노력이었죠. 줄어드는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시간에 한국의 음악 관련 기업가들도 새로운 시장을 열어주시면 어떨까요. 저 같은 ‘마이너리티’가 사실은 한국인의 대부분일 텐데 말입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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