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자격 사실상 박탈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17일 03시 00분


채권단, 오늘 주식매매계약 승인안 상정… 20%만 반대해도 인수 무산

현대건설 주주협의회(채권단)가 현대그룹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박탈하기로 사실상 결정했다. 채권단은 현대그룹의 인수자격을 박탈하더라도 예비협상대상자인 현대자동차그룹과 협상할지는 별도로 검토할 계획이어서 현대건설 매각작업이 상당 기간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채권단은 17일 전체회의에 현대그룹과의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승인안과 양해각서(MOU) 해지 동의안을 함께 올리기로 의견을 모았다. 외환은행과 한국정책금융공사, 우리은행 등 채권단 운영위원회는 현대그룹이 제출한 프랑스 나티시스은행 예치금 1조2000억 원에 대한 2차 대출확인서가 그동안 제기된 자금 출처 의혹을 해소하기에는 불충분하다며 이런 내용의 전체회의 상정안을 마련했다.

22일까지 주식매매계약 체결 승인안에 대해 9개 채권금융회사 중 20%(의결권 비율 기준) 이상 반대하면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는 무산된다. 현재 외환은행 정책금융공사 우리은행 등 채권단 운영위 3곳 모두 의결권을 각각 20% 이상 갖고 있어 한 곳만 반대해도 현대그룹의 인수는 어렵게 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대그룹의 인수자격을 박탈하기 위해 주식매매계약 체결 거부안을 상정할 경우 80% 이상의 표를 끌어 모아야 하지만 승인 의사를 묻게 되면 20% 이상만 반대해도 같은 효과를 누리게 된다”며 “사실상 박탈하겠다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 채권단 “현대차와 매각협상 여부 추후 논의” ▼

MOU 해지안은 75% 이상 찬성하면 가결되지만 설령 부결되더라도 주식매매계약 체결에 20% 이상 반대하면 현대그룹과의 매각 협상은 종료된다. 채권단 관계자는 “현대그룹과 주식매매계약 체결을 맺지 않으면 거래 자체가 끝나는 것이어서 MOU 해지 여부는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22일까지 모든 채권단의 의견을 묻기 전에 17일 열리는 전체회의에서 주식매매계약 체결 승인안이 부결되면 곧바로 현대그룹과의 협상은 종료되는 셈이다.

채권단이 복수의 안건을 동시에 상정하기로 한 것은 다양한 법률적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현대그룹이 제기한 MOU 해지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거나 현대그룹이 ‘MOU 해지 효력금지 가처분 신청’ 등 다른 이름으로 채권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이번 전체회의를 계기로 현대그룹과의 매각 협상이 끝났음을 분명히 하겠다는 것이다.

현대그룹은 일단 최종 결정이 나지 않았기 때문에 신중히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면서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공식적인 입장은 22일 최종 결정이 나면 밝힐 것”이라면서도 “지금까지 보여준 채권단의 태도에 실망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채권단은 예비협상자인 현대자동차그룹과 곧바로 협상할지는 추후 법률 검토와 주주협의회를 거쳐 다시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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