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추가협상 타결]20여차례 만난끝에…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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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흘간 ‘4+4’ ‘2+2’ 릴레이 협상
2일밤 105분 담판회의후 급속 진전

지난달 30일부터 나흘 동안 한미 협상대표단이 워싱턴 인근의 메릴랜드 주 컬럼비아 시 소재 셰러턴 호텔에서 자리를 마주한 것은 20여 차례에 이른다. 공식협상이 끝난 뒤에도 이들은 “오늘 협상은 끝났다”며 취재기자를 따돌린 뒤 밤늦게까지 서로 연락을 취하면서 견해차를 좁혀 나갔다.

협상에선 양국 모두 4명씩 테이블을 놓고 마주했지만 때로는 실무진을 물리치고 한국에선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최석영 자유무역협정(FTA) 교섭대표가, 미국은 론 커크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마이클 프로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경제담당 부보좌관이 참석한 ‘2+2 회담’도 수차례 열렸다. 협상이 길어지면서 김 본부장과 커크 대표가 따로 만나는 일도 잦아졌다.

협상대표단은 하루에도 4, 5차례씩 만났지만 만나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협상 초기에는 20∼30분간 짧은 만남을 가졌다가 한참 동안 협상을 중단하는 일이 많았다. 서로 협상 카드를 던져놓고 상대방의 의중을 떠보는 식으로 협상이 전개됐으며 협상 도중에 본국의 훈령(訓令)을 받느라 부산하게 움직였다.

협상장소를 워싱턴 시내에 있는 USTR가 아닌 워싱턴에서 1시간 30분여 거리인 메릴랜드 주의 한적한 호텔로 잡은 것은 한국 측 대표단의 요청 때문이었다. ‘적지(敵地)’인 USTR 건물에 들어가 협상하는 것 자체가 한국 측에 심리적 압박이었던 것이다. 김 본부장은 “협상에 집중하려면 조용하고 시내와 떨어져 있는 곳이 좋겠다고 미국에 얘기해 이 호텔을 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감청과 도청 가능성을 우려한 한국 협상대표단은 중요한 보고가 있을 때는 호텔을 벗어나 통화하기도 했다. 공식협상이 열린 호텔 회의장에선 USTR 직원들이 4명씩 문 앞에 대기하면서 취재진의 접근을 원천 봉쇄했다.

커크 대표 등 미국 협상단은 기자 질문에 일절 함구한 반면 김 본부장은 취재진의 끈질긴 요청에 “밖에 나가 담배나 한 대 합시다”라며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김 본부장은 협상이 고비를 겪을 때마다 “될 듯하면서도 안 되고, 안 될 듯하면서도 막판에 되는 게 협상”이라며 고충을 털어놨다.

밀고 당기는 지루한 협상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른 것은 2일 오후 9시 10분부터 1시간 45분간 열린 담판 회의. 그동안 짧게 만났다가 길게 쉬던 협상패턴이 눈에 띄게 달라진 것도 이때였다. 협상이 사실상 마무리된 것은 이날 밤. 다음 날 오전 8시 20분 최종 타결된 협상장에선 박수를 치며 웃는 소리가 문 밖으로 흘러나왔다.

김 본부장이 전날 밤 기자들에게 “주말을 넘겨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하는 바람에 일부 기자는 호텔에서 철수했다가 최종 타결 현장을 놓치기도 했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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