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주주협의회(채권단)가 요구한 프랑스 나티시스은행의 대출금 1조2000억 원에 대한 대출계약서 대신 대출확인서를 3일 제출했다. 그러나 채권단은 현대그룹이 제출한 자료가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을 해소하는 데 충분하지 않다고 보고 추가 증빙자료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돼 공은 다시 현대그룹으로 넘어가게 됐다.
현대그룹은 이날 프랑스 나티시스은행으로부터 받은 대출확인서를 메릴린치 등 현대건설 공동매각주간사회사에 제출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나티시스은행이 대출계약서 내용을 공식적으로 확인해 발행한 무담보 무보증 대출확인서를 채권단에 냈다”며 “채권단이 요구한 대출계약서는 아니지만 이에 준하는 수준의 확인서”라고 밝혔다.
이 대출확인서에서 나티시스은행은 현대상선 프랑스법인 명의의 예치금 1조2000억 원은 무담보·무보증 대출로 현대건설 주식이나 현대그룹 계열사 주식이 담보로 제공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현대그룹 계열사가 이 대출에 대해 보증하지 않았다는 내용도 적시됐다.
그러나 현대그룹은 채권단이 요구한 대출계약서는 제출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채권단이 요구하는 대출계약서는 관례에 완전히 벗어난 요구로 양해각서(MOU)에서 채권단과 합의한 합리적 범위의 자료제출 요구에서 벗어난다”고 주장했다.
채권단은 이날 운영위원회 실무회의를 열어 현대그룹이 제출한 대출확인서에 대한 법률 검토에 들어갔다. 채권단은 6일 주주협의회를 열어 입장을 정리할 계획이다. 하지만 채권단 일부가 현대그룹의 대출확인서 제출이 채권단의 요구를 거부한 것으로 보고 있어 주주협의회를 통해 현대그룹에 추가 증빙자료를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대출계약서 제출을 요구한 것은 구체적인 대출조건과 외환관리법 위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며 “대출확인서의 내용은 지난번 제출한 소명자료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여 의혹을 해소하는 데 미흡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외환은행 등 현대건설 채권단은 지난달 29일 현대그룹과 현대건설 매각을 위한 MOU를 체결해 나티시스은행과 맺은 대출계약서와 부속서류를 7일까지 채권단에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이 MOU에는 현대그룹의 증빙자료가 불충분하다고 판단하면 다시 5영업일의 시한을 주고 추가자료를 제출하도록 돼 있다. 현대그룹이 이 시한까지 추가자료 제출을 거부하거나, 다시 제출한 자료가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채권단은 MOU를 해지하고 현대그룹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취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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