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2라운드]외교부 “새 전략 준비중”… 뭘 주고 뭘 받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18일 03시 00분


정부, 美에 농산물-의약품 등 ‘맞대응 카드’ 검토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8일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왼쪽)과 론 커크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가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한미 FTA 쟁점 현안을 놓고 협상을 벌이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8일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왼쪽)과 론 커크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가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한미 FTA 쟁점 현안을 놓고 협상을 벌이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정부가 자동차 관세철폐계획을 조정하겠다는 미국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정문 수정을 염두에 둔 본격적 협상 전략 ‘새판 짜기’에 돌입했다. 17일 외교통상부 고위 관계자는 “협정문 수정 불가를 고수할 경우 한미 FTA 추가 협의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12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릴 2차 추가협의에 대비한 새로운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교부가 준비하는 새로운 전략은 한미 FTA에서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불리한 것으로 평가받는 의약품이나 농산물 분야의 시장 보호 조치와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또 다른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자동차 분야에서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여 협정문에 손을 대야 한다면 다른 분야(의약품, 농산물)에서 다시 이익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게 우리 협상팀의 기본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도 “자동차 관세 양허표를 조정하려면 협정문 수정이 불가피한데 (다른 분야에서) 우리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면 협정문을 고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일단 의약품 분야에선 ‘허가-특허 연계’ 조항의 수정을 요구할 방침이다. 허가-특허 연계 조항은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기간 도중 복제약 시판허가를 신청한 사람의 신원을 특허권자에게 통보하고 △특허기간 중에는 복제약 시판을 방지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때문에 특허권을 다수 가지고 있는 미국의 대형 제약회사에 유리하고 복제약이 대부분인 우리 의약계에는 치명적인 조항으로 꼽혀왔다. 일각에서는 이 제도가 복제약의 시판 시기를 늦추고 오리지널 의약품 사용 기간을 늘려 약값 상승을 가져올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한미 FTA 협정문 원안에서 이 조항의 적용을 18개월간 사실상 유예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그 기간을 18개월 이상으로 더 늘려줄 것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시판 허가 절차에는 수년이 걸리기 때문에 복제 의약품을 만드는 회사는 특허 만료 전 시판 허가를 미리 신청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를 방지하는 조항의 적용을 연기할 경우 우리 업계의 충격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

농산물 분야에선 수입이 일정 물량 이상으로 급증할 때 관세를 추가해 국내시장을 보호할 수 있는 세이프가드 적용 범위를 현재의 30개 품목보다 더 많은 품목으로 확대할 것, 세이프가드 발동 기준을 낮출 것 등을 요구할 것으로 전해졌다.

또 야당에서 독소 조항으로 지적하고 있는 △네거티브 방식(협정문에 열거한 목록 이외의 모든 품목의 개방)의 서비스 개방 △역진방지 조항 등도 검토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역시 야당에서 독소 조항으로 지적한 투자자-국가 간 소송제(ISD)는 검토 대상이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ISD는 독소조항이 아니라 우리 입장에서도 필요한 조항이라는 게 정부 의견”이라며 “2차 추가협의 대상으로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외교부 관계자는 “2007년 협상 당시 우리 쪽이 요구했지만 최종 협정문에 반영되지 않은 항목들 가운데 현재도 주장이 가능한 요구 사항을 목록화한 뒤 취사선택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판 자체가 커진 만큼 다양한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협상 전문가들은 자동차 분야에서 관세 철폐를 얻는 대신 양보했던 대형차에 대한 특별소비세와 자동차세 완화나 스냅백(분쟁 시 결과에 따라 이전 관세로 복귀할 수 있는 제도) 조항을 없애는 것도 검토하라고 지적하고 있다.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제품에 대해 한미 FTA의 효력을 인정하도록 하는 조항을 새로 포함시켜야 한다는 요구도 많다. 송기호 통상전문 변호사는 “개성공단에서 만들어진 제품은 미국과 추후에 다시 협의해 관세 철폐 혜택을 볼 수 있는지 결정하기로 한 원안은 사실상 한미 FTA 효력을 배제하는 규정”이라며 “이번 기회에 미국 측에 확실히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교부 관계자는 “기본적으론 야당과 전문가들이 제기한 모든 추가 요구 사항을 살펴보고 있지만 지나치게 논의가 확대되면 사실상의 전면 재협상으로 흐를 우려가 있고 그렇게 되면 우리가 불리하다는 게 협상팀의 고민”이라고 전했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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