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금융지주도 외환은행 인수 검토… ‘꽃놀이패’ 쥔 론스타

  • 동아일보

하나금융에 이어 산은금융지주가 외환은행 인수에 관심을 나타내면서 외환은행 인수 경쟁이 본격적으로 달아오르고 있다. 그동안 국내 주요 은행들이 관심을 표명하지 않아 외환은행 매각에 애를 먹던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로서는 매각협상 막판에 인수 희망자들이 몰려들면서 매각 대금을 높일 수 있는 ‘꽃놀이패’를 쥐게 된 셈이다.

민유성 산은금융지주 회장은 17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정부와 의논해 외환은행 인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외환은행 인수는 수신기반 확보라는 측면에서 산은지주 민영화에 상당히 중요하다”며 “산은지주도 외환은행 인수를 오랫동안 검토해온 만큼 정부에 건의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산은지주의 인수전(戰) 참여가 공식화되면 론스타는 ‘논바인딩(Non-binding·구속력 없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하나금융과 ANZ은행, 산은지주까지 3개의 은행과 동시에 매각 협상을 벌이게 된다. 올 3월 외환은행 매각 방침을 밝힌 뒤 인수 희망자를 찾지 못하던 론스타로서는 갑자기 뜨거워진 인수경쟁으로 매각대금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게 된 것이다.

우리금융 민영화로 뒷전으로 밀려났던 외환은행 매각 협상 막판에 인수희망자들이 몰려들고 있는 것은 외환은행 인수 비용이 당초 예상보다 낮아졌기 때문이다. 7조 원을 넘나들던 외환은행 인수 비용은 국내 은행들의 외면으로 한때 3조 원대로 떨어졌다. 우리금융과의 합병을 위해 정부소유 지분 28.5%를 사들이는 데 최소 4조∼5조 원이 필요한 것과 비교하면 적거나 비슷한 금액으로 외환은행 지분 51.02%를 모두 사들일 수 있게 된다.

특히 하나금융이 우리금융 합병에서 외환은행으로 급선회하자 ‘국내 은행이 론스타가 막대한 차익을 거두는 것을 도와서는 안 된다’는 비판 여론을 의식해 주저했던 산은지주까지 외환은행 인수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게 됐다.

외환은행 인수 경쟁이 가열되면 하나금융의 인수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하나금융은 우리금융 입찰참가의향서(LOI) 접수 마감일인 26일을 외환은행 인수 결정 시한으로 정했지만 내부적으로는 다음 주 초에는 외환은행 인수 협상이 마무리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빨리 결론이 나야 우리금융 입찰에 다시 뛰어들지 말지가 결정 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론스타가 매각 대금을 높이기 위해 계속 ‘줄타기’를 하면서 하나금융과의 매각 협상을 늦출 가능성이 적지 않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