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목재산업, 美에 울고 中에 웃고

  • 동아일보

美 부동산 침체로 된서리 맞다 中 주문 늘어 올 생산 70% 급증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미국의 건설 경기 퇴조로 된서리를 맞은 캐나다 목재산업이 최근 활기를 되찾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 울창한 삼림으로 이름난 캐나다 서부 브리티시컬럼비아 지역의 목재 가공·수출업이 중국의 왕성한 목재 수요 덕분에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지역은 2008년까지 10여 년간 규모를 키워온 미국의 건설산업 덕분에 미국의 대표적인 목재 수입지로 꼽히며 성장을 거듭해 왔다. 그러나 2008년 월가발(發) 금융위기의 주범으로 지목된 미국 부동산 경기가 치명타를 맞아 건설업이 퇴조하면서 캐나다의 목재 수출업도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최근 몇 달 동안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브리티시컬럼비아 지역의 제재소들은 하루 평균 4만여 그루의 소나무 기둥을 가공하느라 잠시도 쉴 틈이 없었다. 이곳에서 깎고 다듬은 4m 길이의 널빤지는 모두 중국의 건설 현장에서 콘크리트와 함께 건물의 기본 골격을 세우는 데 사용된다.

캐나다 1위 목재가공업체인 캔포포리스트는 올 1월 제재소 문을 닫으면서 180명의 노련한 목공을 해고했지만 올 6월 이들을 모두 다시 고용했다. 급격하게 늘어나는 중국 수출 물량을 대기 위해선 아무리 높은 임금을 주더라도 그들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2위 목재가공업체인 웨스턴포리스트도 지난달 휴업 중이던 밴쿠버의 한 제재소를 다시 열고 중국에만 독점 수출할 북미산 소나무 가공을 위해 숙련공 30여 명을 다시 뽑았다. 웨스턴포리스트는 올해 1억3000만 보드피트(제곱피트 넓이에 1인치 두께를 곱한 단위)의 목재를 중국에 수출한다. 캐나다 전역에서 중국에 수출한 목재는 지난해 16억 보드피트로 2006년보다 8배 늘었고 그 가운데 95%가 브리티시컬럼비아 지역에서 수출됐다.

팻 벨 캐나다 임업광업토지부 장관은 “급격하게 늘어난 중국 수출 물량 덕분에 올해 목재 생산이 지난해보다 70% 늘었다. 올해 수출량은 25억 보드피트를 너끈히 넘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WSJ의 분석에 따르면 이러한 움직임은 캐나다 목재산업의 반짝 특수가 아니라 근본적인 지각 변동이다. 지난 10년간 캐나다 목재산업은 미국의 목재 수요에만 의존해 왔다. 2005년 미국의 신규 주택 건설이 250만 채에 달했을 때 캐나다는 약 170억 보드피트의 목재를 미국에 수출했지만 최근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로저 페리 웨스턴포리스트 총지배인은 “이제 미국에만 의존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캐나다의 경쟁 상대인 러시아가 중국으로 수출하는 목재에 25%의 세금을 물리기로 한 것도 캐나다에는 호재가 됐다. 그 대신 러시아 정부는 시베리아 지역에 있는 자국의 목재산업과 제재소들에 대한 투자를 늘려 왔다.

중국뿐 아니라 아랍에리미트 두바이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들도 캐나다에 관심이 많다. 중동 국가들에 주로 목재를 공급했던 칠레가 올 3월 강진으로 수출항 대부분을 닫았기 때문이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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