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대사 릴레이 인터뷰]콘스탄틴 브누코프 주한 러시아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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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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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세계은행 등 금융시스템 개혁 절실”

콘스탄틴 브누코프 주한 러시아대사는 대표적인 동아시아 전문가이자 지한파로 알려
져 있다. 경력이 40년에 이르는 베테랑 외교관이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콘스탄틴 브누코프 주한 러시아대사는 대표적인 동아시아 전문가이자 지한파로 알려 져 있다. 경력이 40년에 이르는 베테랑 외교관이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한국은 주요 20개국(G20) 중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유일한 국가다. 한국의 성공적인 경제성장 경험을 저개발국가에 전해주는 것은 의미가 크다.”

29일 서울 중구 정동 러시아대사관에서 만난 콘스탄틴 브누코프 주한 러시아대사(59)는 제5차 G20 정상회의가 한국에서 열리는 의미를 이렇게 밝혔다. 러시아 외교부에서 대표적인 동아시아 전문가로 통하는 브누코프 대사는 이번 G20 정상회의가 성과를 내기 위해서 “한국이 주도권을 가지며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는 대면 및 서면으로 진행됐다.

―한국과 러시아가 수교한 지 20년이 됐다.

“짧지만 많은 것을 이뤘다. 2008년 9월 양국 관계는 최고 수준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됐다. 양국이 굳건하고 안정적이며 상호이익이 되는 관계라는 뜻이다. 이소연 씨가 러시아 우주선을 타고 우주로 나간 최초의 한국인이 되지 않았는가. 그러나 무역 및 경제 관계는 양국이 가진 잠재력에 비하면 만족스럽지 않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최근 러시아 경제 현대화와 혁신을 선언했다. 이런 의미에서 한국은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러시아의 최우선 대상 국가가 될 수 있다. G20 정상회의 직전 서울에서 열리는 한-러시아 정상회담은 이를 위한 중요한 자리가 될 것이다.”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도 생각하나.

“러시아 정부는 한국을 비롯한 외국과의 FTA 체결 가능성을 연구하는 특별 실무단을 운용하고 있다. 그러나 FTA는 러시아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이 성사된 뒤에 논의할 사안이다.”

―천안함 사건 이후 양국 관계가 악화됐다는 지적이 있다.

“전혀 맞지 않다. 9월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초청을 받은 이명박 대통령은 야로슬라블에서 열린 제2회 세계정책포럼에 참석해서 한국의 민주화와 발전에 관한 아주 훌륭한 연설을 했다. 또 메드베데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와 매우 유익한 회담을 했다. 만약 한-러 관계가 좋지 않다는 주장이 옳다면 이 대통령은 러시아에 오지 않았을 것이다. 양국 관계가 점점 더 좋아진다는 걸 다음 달 정상회담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G20 체제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G20은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과 세계 금융구조 개편에 대한 실질적인 토론을 할 수 있는, 국제무대에서 가장 의미 있는 공간 중 하나가 됐다고 확신한다. 이번 서울 정상회의는 G20의 효율성을 시험하는 무대가 될 것이다. 그런 면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국제 금융시스템의 개혁이며, 그 대상은 우선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이 돼야 한다.”

―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다뤄야 할 것은 무엇인가.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공동으로 실행에 나서는 한편 위기극복 과정에서 이룬 성과를 강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글로벌 경제에서 개별국가가 늘 이익을 얻을 수는 없다. 따라서 이해관계의 양보와 타협이 요구된다. 6월 캐나다 토론토 G20 회의에서 결정한 선진국 재정통합을 실행하도록 관리하는 과제도 있다. 재정통합의 확대 없이는 성과를 얻기 어렵다.”

―환율 사태에 대한 러시아 정부의 견해는 무엇인가.

“자국의 경제 성장을 촉진하고 통화의 균형을 맞추려고 몇몇 국가가 일방적으로 환율을 통제하는 건 매우 염려되는 일이다. 국가 간 불균형이 이런 일방적 환율조정으로 이어지는 것도 우려한다. 자국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려고 미국 같은 일부 선진국이 공격적으로 통화정책을 구사하는 것도 이런 구조적 불균형을 지속시킨다.”

―한국은 주요 의제로 개발 문제를 제시했다.

“시의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세계 금융위기 극복이라는 기본적 과제는 아니지만 대다수 국가에 의미 있는 과제다. G20은 자선, 빈곤층 줄이기 등 전통적인 지원 방법에서 벗어나 새로운 접근법을 시도하고 있다. 개발도상국의 경제성장을 보장함으로써 발전을 더욱 공고히 하는 것이 이번 회의의 과제다.”

인터뷰를 마치며 푸틴 총리의 딸과 한국의 전 해군 제독 아들이 결혼한다는 소식을 아느냐고 묻자 브누코프 대사는 “들은 것이 없다”며 ‘노코멘트(no comment)’를 연발했다. 둘의 결혼이 양국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느냐고 다시 물었더니 그는 “하하하, 역시 노코멘트”라고 답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 콘스탄틴 브누코프 주한 러시아대사

△1951년 출생 △1973년 모스크바 국립국제관계대 졸업(영어 및 중국어 전공) △1973년 옛소련 외교부 근무 시작 △1980∼1985년 주중국 소련대사관 근무 △1991∼1995년 주중국 러시아대사관 근무 △1998∼2003년 주홍콩·마카오 총영사 △2003∼2009년 10월 러시아 외교부 아주1국(한국 중국 북한 담당) 부국장 △2009년 10월∼현재 주한 러시아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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