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F1]시승기/ 신형모델 렉서스 ‘IS 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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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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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 마침내 ‘스포츠 DNA’를 더하다


자동차 동호회에서 ‘수입차 브랜드별 특징 정리’라는 우스개를 보고 혼자 웃었던 적이 있다. 각 수입차 브랜드의 특징을 촌철살인의 문장으로 풀어 쓴 이 게시물의 지은이는 렉서스의 승차감에 대해서는 프리미엄 브랜드 중 최고 점수를 줬지만, 달리는 재미에 대해서는 “양반이 뛰는 거 봤어?”라고 썼다.

그랬던 렉서스가 “운전하는 즐거움을 극한까지 추구할 수 있는 차”라며 고성능 모델 ‘IS-F’를 냈다. 소형급 세단 ‘IS’ 차체에 V8 5.0L 엔진, 8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한 ‘물건’과 렉서스라는 브랜드 이미지가 언뜻 잘 연결이 되지 않는다. “렉서스의 DNA를 다 가져가면서 스포츠라는 새로운 분야 DNA를 가미했다”는 나카바야시 히사오(中林尙夫) 한국토요타자동차 사장의 설명을 들으면서는 ‘뭔가 어중간한 차 아닐까’ 싶은 우려가 생기기도 했다.

그러나 15일 강원 태백시 태백레이싱파크에서 직접 몰아보고, 전문 드라이버가 운전하는 차량에 동승해 차의 진짜배기 맛까지 느껴 본 IS-F는 확실히 스포티한 색깔을 냈다.

버튼 시동키를 누르자 ‘부웅’ 하는 엔진음이 기분 좋게 깔렸고 가속 페달을 밟자 차가 용수철이 튀어 오르듯 즉시 반응했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한계를 모르겠다는 듯이 총알처럼 튀어 나가고 운전대를 꺾으면 정확히 의도한 방향으로 차가 바로 바로 움직이는 것이 여간 재미있지 않았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4.8초, 최고 출력은 423마력, 최대 토크는 51.5kg·m다. AMG와 다른 점이 뭐냐고 묻는다면 뭐랄까, 정교한 아웃복싱으로 26전 26승쯤 거둔 페더급 권투 선수나 군살 없는 무아이타이 챔피언을 대하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회사 측은 IS-F의 엔진음이 속도에 따라 3단계로 변한다고 했는데 과연 시속 100∼120km 부근을 지나자 엔진소리가 ‘쌔애액’하는 높은 음으로 변하는 것이 확연히 느껴진다. 날카로우면서도 신경질적이지 않아 후련한 소리다. 전문 레이서가 시속 100km를 넘은 상태에서 슬라럼 구간을 통과하는데도 미끄러지거나 흔들릴 기색도 없이 가야 할 길을 정해진 자세로 달리는 서스펜션은 그저 감탄스러울 따름이었다.

지난달 한국에서 판매 개시한 IS-F의 가격은 8800만 원. 일본 판매가격보다 오히려 낮아 경쟁력이 있어 보인다. IS250과 크게 차별화되지 않은 외부 디자인은 다소 아쉽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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