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중 ‘뚝’… 아이폰4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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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9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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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만 15만명 개통… 수신불량 불만 제기 잇달아

“사자마자 새 스마트폰이 먹통이 됐습니다.” 24일 예약주문한 애플의 최신 스마트폰 아이폰4를 배달받은 회사원 이규수 씨(30)는 “포장을 뜯고 전화를 개통하자마자 속이 터졌다”고 말했다. 통화 시작 10초 만에 통화가 끊어지는 현상 때문이다.

아이폰4는 사전 예약판매로만 약 35만 대를 판매한 최신 인기 스마트폰이다. 지금까지 약 15만 명이 이 제품을 배송받아 개통했다. 하지만 이미 제품을 받은 소비자 가운데 통화 중 갑자기 전화가 끊기는 현상과 아예 상대방의 전화를 받지 못하는 현상을 호소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인터넷의 아이폰 동호회에서는 애플코리아와 KT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 아이폰4 미스터리, 왜 한국에서만?

휴대전화 통화가 도중에 끊기는 건 이른바 ‘콜드롭(call drop)’이라 불리는 현상으로 이동통신에서 흔히 발생하는 문제다. 아이폰4가 아닌 다른 스마트폰은 물론 일반 휴대전화에서도 종종 나타난다. 하지만 아이폰4는 소비자들이 적극적으로 이 문제에 불만을 나타내는 게 특징이다.

게다가 이 현상은 6월 아이폰4 발매 직후 미국에서 문제가 됐던 ‘데스그립 현상’(아이폰4의 왼쪽 아래를 손으로 잡으면 수신감도가 떨어지는 현상)과도 다르다. 미국에선 아이폰4에 케이스를 씌우면 이런 문제가 사라졌지만 국내에선 케이스를 씌우거나 심지어 손대지 않고 이어폰으로만 통화해도 콜드롭이 생겼다.

KT 관계자는 “아이폰4가 워낙 관심의 대상이 된 스마트폰이라 일반적인 수준의 통화불량이 과장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실제 아이폰4의 통화 불량률은 1%(약 1500명) 수준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이폰4를 판매하는 애플코리아 관계자도 “이미 알려진 데스그립 현상도 아니고, 해외에서 팔리는 제품과 완전히 똑같은 아이폰4가 한국에서만 기계 불량일 리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회사원 임모 씨는 “친구 4명이 아이폰4를 쓰는데 그중 3명이 통화 도중 전화가 끊어지는 현상을 몇 차례 겪었다”고 말했다. 한 통신업체 관계자는 “콜드롭 현상은 모든 휴대전화에서 나타나긴 하지만 아이폰4의 경우는 이런 불편을 말하는 사용자가 유독 많다”고 말했다. 문제를 겪는 소비자는 많은데 물건을 판 기업은 문제가 없다는 상황이다.

특이한 점은 아이폰4의 대규모 콜드롭 현상이 유독 한국에서만 나타난다는 점이다. KT 측은 “국내 휴대전화 통신망이 워낙 품질이 좋아 아이폰4로 처음 스마트폰을 써본 소비자들이 기존 일반 휴대전화와 비교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스마트폰은 휴대전화 통신용 부품(통신모듈) 외에도 무선랜(WiFi), 블루투스 등 다양한 전파를 쓰고 구조가 복잡해 통화품질이 일반 휴대전화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폰3GS를 쓰다 아이폰4로 스마트폰을 ‘업그레이드’한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동일한 불만이 나온다. 이에 대해 아이폰3GS와 아이폰4 사이의 통화불량 신고 비율을 알려달라는 취재 요청에 KT 측은 “영업비밀로 공개할 수 없다”고 답변을 거부했다.

○ 예상되는 문제점

현재 업계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예상 문제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KT의 통신망과 아이폰4의 통신모듈이 서로 매끄럽게 연결되지 않는 경우다. 애플은 아이폰3GS에서 사용하던 인피니온사의 통신모듈을 아이폰4에서 같은 회사의 다른 제품으로 바꿨다. 이 과정에서 KT가 자사 통신망과 아이폰4의 연동 문제를 100% 해결하지 못했을 수 있다. 한 국내 휴대전화 제조업체 관계자는 “국내 통신업체 통신망은 대부분 퀄컴의 통신모듈에 최적화돼 타사 통신모듈과 연동할 때면 간혹 문제를 일으킨다”고 털어놨다. 이 경우 KT가 통신망을 정비하면서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

둘째, KT가 최근 ‘무제한데이터’ 요금제를 시작하면서 특정 기지국에 데이터 통화량이 폭증해 음성 및 데이터 통화가 불통될 가능성이다. 소비자들이 음성 통화 단절 못지않게 아이폰4의 3G 무선인터넷이 끊기는 현상을 지적한 것도 이런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준다. KT 측은 “가능성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아직까지 대규모 데이터 통화로 인한 문제를 보고받은 경우가 거의 없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아이폰4 기기 자체의 문제 가능성이다. 하지만 해외에서 비슷한 사례가 보고된 적이 없어 가능성은 낮다. 다만 국내 통신사 관계자들은 “한국 소비자들이 해외 소비자보다 휴대전화 통화품질에 더 민감한 편”이라고 지적했다.

KT 관계자는 “혹시라도 통화품질 때문에 만족하지 못한 고객이 있다면 아이폰4 개통 14일 이내에는 언제든 가입비 등 모든 비용을 되돌려 받고 개통을 철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아이폰4 상륙…‘손바닥 전쟁’ 장난 아니네
▲2010년 9월14일 동아뉴스스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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