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선의 투자터치]작전세력은 투자자의 얇은 귀를 노린다

동아일보 입력 2010-09-27 03:00수정 2010-09-2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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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격언- 속삭이는 주식은 사지 마라
어느 전자회사의 한 유능한 세일즈맨이 사기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어 검찰에 불려갔다. 수사관은 독방에서 그를 다섯 시간 동안 신문했으나 아무런 혐의도 찾아내지 못하고 방을 나왔다. 담당 과장이 아무 자백도 못 받고 빈손으로 나오면 어떡하냐고 수사관을 나무랐다. 그러자 그 수사관은 서류 뭉치를 내보이며 다음과 같이 대답하는 것이었다. “전혀 결과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다섯 시간 동안 저는 저 세일즈맨과 최신형 3D TV 1대, 디지털 카메라 1대, 김치냉장고 1대를 사기로 계약을 했습니다. 여기 이 계약서를 좀 보십시오.”

이번에는 어느 주식 작전세력 조직원이 작전을 통해 삼삼제약의 주가 조작을 했다는 혐의로 검찰에 불려 들어갔다. 최근 주가가 열 배나 폭등한 것에 대해 오랫동안 신문했으나 그 조직원은 그것이 작전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그가 가져온 삼삼제약의 신약개발 등에 관한 심층 분석 자료를 자세히 설명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주가가 많이 오를 것이며 지금 사도 늦지 않았다고 열변을 토했다. 그의 설명을 한참 듣고 있던 수사관 홍길동은 취조실을 슬그머니 빠져 나와 자기 책상으로 갔다. 그리고 전화기를 들고 주위 사람들이 듣지 못하게 다음과 같이 속삭였다. “여보세요, 거기 증권회사지요? 홍길동 계좌로 삼삼제약 상한가에 1000주 신용매수 주문입니다. 빨리 주문 넣어 주세요!”

주식투자자는 대체로 귀가 얇다. 큰 수익을 내줄 정보나 종목을 찾아 늘 촉각을 곤두세우다 보니 주변에서 누가 그럴듯한 정보를 이야기하면 금방 귀가 솔깃해진다. 그러고는 정보의 사실 여부를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서둘러 주식을 사는 경우가 많다. 이런 정보는 ‘이거 확실한 거니까 너만 알아라!’ ‘절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말고 조금만 사봐!’ 하는 식으로 소곤거리며 전달된다.

월가의 저명한 펀드매니저였던 피터 린치도 이런 식의 정보를 많이 접했던 것 같다. 괜찮은 종목을 추천하겠다며 전화하는 이들 중에 때로 목소리를 낮춰 ‘당신에게만 하는 이야기인데 물량이 적어 펀드로 매입하기에는 좀 그렇지만 개인계좌로는 한번 사볼 만한 근사한 주식이 있어. 이건 정말 굉장한 거야. 톡톡히 재미 좀 볼거야’ 하는 식으로 정보를 주는 일이 있었다. 린치는 이런 주식을 ‘속삭이는 주식(whisper stock)’이라고 부르며 이런 유형의 주식은 요란하기만 하고 승산이 없는 도박 같다고 표현했다. 이런 주식의 공통점은 굉장한 스토리에 비해 내용이 없고 결국 돈을 잃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래서 린치는 ‘속삭이는 주식을 조심하라’고 투자자에게 주의를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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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히 속삭이며 추천되는 주식은 특별히 당신에게만 알려준다는 뉘앙스를 풍기기 때문에 최면에 걸린 것 같은 상황에 빠지기 쉽다. 그런 주식을 통해 얻을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슬그머니 매수 주문표에 손이 가는 것이다.

과거에는 증권사 객장 주변에서 이런 속삭이는 주식 정보가 많이 돌아다녔다. 소위 작전세력의 하수인이 객장을 돌아다니며 순진한 개인투자자에게 그럴듯한 정보를 흘려 주가를 끌어올리고는 물량을 떠넘기는 식이었다. 요즘은 그 무대가 인터넷으로 바뀌었을 뿐 여전히 이런 속삭이는 주식이 투자자를 유혹하고 있다.

필자가 지점장 시절에 관리하던 거액 자산가가 있었다. 그분은 고령임에도 큰 금액의 주식투자를 하며 매매도 발 빠르게 하는 스타일이었다. 한동안 주식시장이 조정국면을 보이면서 수익이 나지 않자 답답함을 느낀 그는 만류에도 불구하고 사설 증권정보 ARS업체의 특별회원으로 가입해 투자정보를 얻기 시작했다. 특별회원에게 중요한 정보를 주고 매매시점까지 콕 찍어서 알려준다는 것이었다. 그 업체를 통해 정보를 듣고 매매를 하던 그는 한 달 뒤 나를 찾아와 비싼 회비만 날리고 투자성과는 더욱 좋지 않았다고 하소연했다. 잘 올라가는 주식을 추천해 주기에 샀는데 사고 나면 번번이 주가가 빠지기 시작하더라는 것이었다.

증권시장에는 온갖 정보가 떠돌아다닌다. 정확한 양질의 정보를 찾아 수익을 얻도록 해야겠지만 개인투자자가 그런 정보를 얻어듣기는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속삭이는 정보가 그럴듯해 보여 자꾸 귀를 기울이게 되는 것이다. 이런 본질과 동떨어진 정보는 쓰레기나 마찬가지다. 조급하게 단기매매를 하는 투자자는 속삭이는 정보에 솔깃하기 쉽다. 내재가치와 관련된 정보와 자료를 찾고 가급적 긴 안목으로 장기투자를 해야 기대하는 성과를 얻을 수 있다.

박용선 SK증권 리서치센터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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