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중소기업 상생협력관계 발전방안 대토론회

동아일보 입력 2010-09-03 03:00수정 2010-09-0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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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 성공, 대기업 오너 의지에 달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손경식·앞줄 왼쪽) 주최로 2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대한상의 회의실에서 열린 ‘대기업 중소기업 상생협력관계 발전방안’ 대토론회에서 재계와 학계, 정부 관계자들은 자발적인 상생 문화 조성과 법적 제재 방안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대통령과 대기업 오너의 의지 없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협력은 요원하다.”

본보 후원으로 대한상공회의소가 2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4가 대한상의 의원회의실에서 개최한 ‘대기업-중소기업 상생협력관계 발전방안’ 대토론회에서는 무엇보다 국정 최고 책임자와 대기업 최고 책임자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많이 나왔다.

○ 상생협력 뉴패러다임 필요

주제발표자로 나선 이종욱 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쪽이 이익을 보면 다른 쪽은 손실을 본다는 대립구도로 접근하면 상생협력을 실현시키기 어렵다”며 ‘상생협력의 뉴패러다임’을 강조했다. 현재 한국 사회는 한 사람의 이익은 다른 사람의 손실을 의미한다는 16세기 ‘몽테뉴적 오류’에 빠져 있어 ‘이익 갈등’에서 ‘이익 조화’로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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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는 이어 “상생협력의 지속성과 진정성을 위해서는 대통령이 주도해야 국정 최우선 과제로 다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대기업과 소수 1차 협력업체의 문제가 아닌 2, 3, 4차 협력업체로 상생 논의를 확대해야 하는데, 공정거래위원회 인력으로는 불가능하고 전 부처가 참여해야 실효성 있는 시스템을 마련할 수 있다”며 “그러려면 대통령의 관심이 절실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2007년 기준으로 대기업과 중견기업 2461곳, 중소기업 297만여 곳 등 전체 사업체 수는 300만 곳이 넘는데, 이를 모두 공정거래위원회가 관리하고 있어 현실적으로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미국의 경우 대통령 직속으로 중소기업청(SBA)을 두고 있어 행정부와 주 정부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도 개회사에서 “전체 하도급 업체 중 중소기업 상호 간의 거래 비중이 65%나 된다”며 “공정거래와 상생협력을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 ‘갑을관계’로 위상 추락하는 중소기업

100여 명의 기업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토론에서는 대기업과 협력 업체 간의 고질적 병폐가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패널로 참석한 노강석 기업은행(IBK)경제연구소장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10년간 중소기업은 양적으로는 팽창했지만, 질적으로는 대기업과의 격차가 더 크게 벌어졌다”고 평가했다. 1998년 260만 개였던 중소기업은 2008년 304만 개로 늘었고, 같은 기간 종업원도 767만 명에서 1146만 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위상은 크게 추락했다.

IBK경제연구소에 따르면 1997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생산지수를 각각 100으로 봤을 때 2009년 현재 중소기업은 104로 제자리걸음을 한 반면 대기업은 290으로 크게 늘었다. 1991년 기준으로 중소기업과 대기업 수출총액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각각 10.2%, 15.8%였지만 2009년에는 16.1%, 33.8%로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노 소장은 “그 격차가 어디로 갔겠느냐”며 “중소기업의 내부 경쟁력 문제도 있지만 불공정한 거래 환경 탓이 크다”고 진단했다.

백남홍 을지전기 회장도 “사업체 비율도 중소기업이 전체의 99%를 넘고, 고용 비중도 88%가 넘는데 경제 성장의 열매를 대기업이 독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백 회장은 “수십 년간 ‘갑과 을, 강자와 약자 관계’에서 발생하는 불공정 거래를 지켜봐 왔다”며 “구시대적인 갑을 관계를 동반자 관계로 재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꼽은 협력업체의 어려운 점은 구두계약 관행, 불합리한 납품단가, 기술탈취 등이다. 백 회장은 “정부가 최근 구두계약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해 ‘하도급계약 추정제도’를 도입했지만, 협력업체로서는 선뜻 나설 수 없을 정도의 분위기”라고 안타까워했다. 모기업 한 곳에 수십 개 협력업체가 경쟁하는 상황에서 협력업체로부터 ‘당당한 요구’를 기대하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백 회장은 “대기업의 최고경영진이 의지를 가지고 내부 거래 문화를 선진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영균 동아일보 논설위원도 “상생협력 문제는 이명박 대통령이 나서 문제를 지적해도 그 결과에 대해 반신반의할 정도로 고질적인 문제”라며 “우선 대기업이 협력업체를 선정하고 퇴출시키는 과정에서부터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 ‘법적 강제냐, 자발적 상생이냐’ 해법은 의견 엇갈려 ▼

상생협력의 필요성은 공감했지만 해법을 놓고는 법적 강제성을 동원해야 한다는 주장과 자발적인 상생을 독려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팽팽하게 엇갈렸다.

박상용 공정위 사무처장은 “가장 큰 문제가 구두발주 관행이었는데, 하도급계약 추정제도를 도입해 구두발주를 발본색원하겠다”며 의지를 보였다. 모기업에서 구두발주를 하더라도, 협력업체 측에서 이를 문서화해 모기업 쪽에 통보하면 법적 효력을 갖도록 하겠다는 것. 박 사무처장은 “모기업이 구두발주를 하더라도 지금까지는 증거가 없어 단속할 수 없었는데 앞으로는 달라질 것”이라며 “하지만 모기업의 우월적 지위로 인한 거래 수단을 모두 법으로 강제할 수는 없다”고 한계를 지었다. 납품단가를 깎는 것은 기업의 생리인데 사적거래에까지 개입할 순 없다는 논리다. 박 사무처장은 “궁극적으로는 상생협력 문화를 조성해 해결해야 한다”며 “특히 대기업 오너가 적극적 의지를 가지고 일선 실무자에게까지 상생의지를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명길 포스코 상생협력실천사무국장도 “포스코는 정준양 회장이 대·중소기업협력재단 이사장을 맡으며 전체 기업 생태계 관점에서 개선 방안을 찾고 있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신뢰를 강조했다.

하지만 보다 적극적인 제도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노강석 소장은 “문화는 저절로 정착되는 것이 아니라 강력한 규제를 통해 제도적으로 상생협력 문화를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기업이 경쟁 입찰을 5차까지 진행하며 단가를 후려치는 분위기 속에서 자발적 상생은 먼 얘기라는 것이다.

방청객으로 참석한 한 중소기업 대표도 “상생협력 문제는 김영삼 정부 때부터 논의됐지만 10년 이상을 같은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왜 안 됐을까를 생각한다면 법적 개입을 통해서라도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중소기업 대표 역시 “그동안 대기업들이 윤리경영을 강조했는데 잘 지켰다면 이런 논의도 필요 없었을 것”이라며 “토론회에 대기업 관계자들의 참석이 저조한 것을 봐도 제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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