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신규대출 중단될 듯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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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구조개선약정 거부따라
채권단, 8일 제재방안 논의
‘재무약정’ 도입후 첫 사례

현대그룹이 7일 재무구조개선약정(MOU) 체결을 거부함에 따라 앞으로 채권금융회사로부터 신규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구조조정 방안으로 재무구조개선약정 제도가 도입된 이후 MOU 체결을 거부해 신규 대출이 끊기는 사례는 현대그룹이 처음이다.

현대 계열 채권은행협의회(채권단)는 MOU 체결 시한인 이날까지 현대그룹이 주채권은행을 외환은행에서 다른 곳으로 바꿔달라고 요구하며 체결을 거부함에 따라 8일 운영위원회를 열어 이런 내용이 담긴 제재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운영위원회는 외환, 산업, 신한은행 및 농협 등 4개 금융회사가 참여하며 서면 협의 형식으로 이뤄진다.

채권단 관계자는 “채권단의 위임을 받은 운영위원회가 현대그룹에 대한 신규 대출 중단을 결정하면 채권단 내 13개 금융회사가 공동 행동을 취하게 된다”며 “현재로서는 신규 대출 중단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신규 대출 중단 이후에도 현대그룹이 약정 체결을 계속 거부할 경우 기존 대출의 만기를 더는 연장해주지 않는 등 제재 수위를 단계적으로 높인다는 방침이다. 이는 사실상 대출 회수를 의미하는 것으로 매우 강도 높은 제재 방안이다. 현대그룹이 국내 금융권에서 빌린 돈은 5월 말 기준으로 약 1조8000억 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채권단은 그동안 현대그룹이 MOU 체결을 거부하며 주채권은행 변경 요구를 굽히지 않자 체결 시한을 당초 5월 31일에서 이날까지 세 차례 연장해왔다.

현대그룹은 MOU 체결 시한 하루 전인 6일에도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의 2분기 실적이 개선된 점을 들어 “외환은행과 거래를 끊고 주채권은행을 변경해 재무구조 평가를 다시 받겠다”는 기존 방침을 거듭 밝혔다. 그러나 외환은행 측은 “주채권은행의 재무구조 평가결과가 나쁘다는 이유로 다른 은행에서 재평가를 받겠다는 것은 현행 기업구조조정 체계를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현대그룹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섰다.

금융 당국도 현대그룹의 요구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현대의 주장은 지난해 실적을 기준으로 하는 재무구조평가에 올해 실적을 내겠다고 우기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채권단 주도로 신규 대출 금지 등 제재 조치를 단계적으로 시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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