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장사 순익 100조… 증시 ‘큰 장’ 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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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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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대 유동성
10년새 10배 불어난 이익

한차원 다른 추세
내년 수익전망은 더 밝아

증시 기대단계 진입

“2, 3년 큰 폭 상승” 힘 얻어


올해 상장사들이 100조 원의 순이익을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2000년만 해도 10조 원에 불과하던 상장사의 순이익이 10년 새 10배로 불어난 데다 유동성은 어느 해보다 풍부해 앞으로 2, 3년 안에 보기 드문 상승장이 올 것이라는 예측이 힘을 얻고 있다.

20일 금융정보제공업체인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주요 상장사 255개사의 추정 순이익은 87조694억 원으로 지난해 49조1306억 원보다 77%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코스닥시장 240개사의 추정 순이익은 3조9921억 원으로 지난해(2조2244억 원)보다 79%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두 시장을 합한 495개 상장사의 순이익 규모는 91조615억 원으로 추정된다. 나머지 1283개 상장사의 순이익까지 합하면 올해 상장사 전체의 순이익 규모는 100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금까지 상장사들이 낸 순이익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이라는 게 증권업계의 공감대다. 실제로 유가증권시장의 전체 순이익 규모는 2000년대 초만 해도 8조 원대에 머무르다 2004년 50조 원대로 껑충 뛰었다.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을 제외하고는 50조 원 안팎에 머무르다 올해 다시 한 계단 ‘레벨 업’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기업들의 호실적은 경쟁력 강화가 바탕이 됐다. 10년간 ‘카드사태’ ‘리먼 사태’ 등 위기를 겪으면서 오히려 한국 기업들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높아졌고 반도체, 발광다이오드(LED), 자동차 등 분야에서는 ‘승자독식’의 결과를 누리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순이익은 15조2779억 원으로 추정돼 유가증권시장 전체의 17%가량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여기에다 포스코(5조2631억 원), 현대자동차(4조507억 원), 현대중공업(2조9344억 원), SK텔레콤(1조5649억 원) 등 시가총액 상위 5개사의 순이익만 합해도 30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2003년 유가증권시장 전체 상장사가 낸 순이익과 맞먹는 규모다.

주가는 결국 기업의 이익에 수렴한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올해를 기점으로 기업의 이익규모가 점점 커지는 2, 3년간 주식시장이 큰 상승 흐름을 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495개사의 내년도 순이익은 100조 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조재민 KB자산운용 사장은 “2000년 8조 원에 불과하던 유가증권 상장사 순이익이 2004년 50조 원으로 뛰면서 1,000 선 밑에서 놀던 주가가 상승하기 시작해 2007년 2,000까지 뚫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해 증시 주변을 맴도는 유동자금의 규모가 어느 때보다 풍부한 점도 긍정적이다. 17일 현재 고객 예탁금 규모는 13조4676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1조6811억 원 늘어난 상태다. 투자대기자금이라고 볼 수 있는 머니마켓펀드(MMF) 수신액은 86조2078억 원으로 전년보다 무려 14조5173억 원 늘어난 상태다. 국내만 아니다. 미국 자산운용협회(ICI)에 따르면 뮤추얼펀드 잔액은 지난해 12월 11조1207억 달러에서 꾸준히 늘어 4월 말 현재 11조2244억 달러다.

조용준 신영증권 센터장은 “과거 어느 때보다 정책금리와 실질금리의 격차가 벌어진 상태라 돈이 갈 곳이 없다”며 “미국의 투자자금 중 상당 부분이 수익률 때문에 한국을 포함한 신흥시장에 흘러들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한국 기업의 좋은 실적과 만나 ‘큰 장’이 설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재원 V&S투자자문 사장은 “증시의 역사는 공포, 기대, 확인, 탐욕을 반복하는데 현재는 공포 단계를 지나 기대의 단계로 접어들었다”며 “기업이익은 늘어난 상태에서 주가수익비율(PER)은 여전히 낮아 기대 단계가 상당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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