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프리카 튀니지에서도 한국드라마 열풍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10일 20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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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람 예뻐요. 사랑해요 코리아!" 1일 북아프리카 튀니지의 수도 튀니스에 위치한 바도 박물관에서 기자 등 한국인 일행과 만난 현지의 10대 소녀들은 서툰 한국어로 호감을 나타내며 함께 사진을 찍자고 몰려들었다. 위성방송업체 '코리아TV'가 지난해부터 이집트 위성 '나일샛'을 통해 중동과 아프리카 일대에 한국 TV 프로그램을 내보면서 튀니지에는 한류(韓流)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었다.

좋아하는 한국 스타를 묻자 이들의 입에선 기다렸다는 듯이 원더걸스,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같은 아이돌 스타의 이름이 튀어 나왔다. '스타킹'이란 예능프로를 즐겨본다는 가다 양(13)은 "재치 있고 유머가 넘치는 강호동을 가장 좋아한다"고 말했다.

●'한국사는 기본, 독도문제도 알아요'
튀니지는 국영방송 ERTT를 비롯해 총 4개의 TV채널이 있다. 하지만 국민 상당수는 접시모양의 위성 안테나를 통해 중동, 아프리카 일대에 서비스되는 500여 개의 각국 위성방송 채널을 시청한다. 이 중에서도 아랍어 자막을 입혀 방송되는 한국 TV프로그램을 내보내는 '코리아TV'는 튀니지에서 최고 인기채널 가운데 하나다. 최근 방영중인 드라마 '자명고'의 경우 인터넷에 예고편이 뜨면 순식간에 조회수가 2만 건 이상 치솟는다고 한다.

변호사 나스린 씨(33·여)는 "한국 드라마는 너무 감동적이라 시청할 때마다 눈물을 쏟는다"며 "문화적 배경은 달라도 한국 드라마에는 어른 공경, 순수한 사랑, 우정 등 공감할 만한 가치가 많고 연기와 연출력이 뛰어나 튀니지인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설명했다.

한국 TV프로그램에 대한 애정은 한국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나스린 씨는 드라마 자명고의 시대적 배경이 궁금해 인터넷으로 한국사 공부를 시작했다. 지금은 조선, 고려, 고구려, 백제, 신라 등 왕조 이름을 연대순으로 외울 뿐만 아니라 종이에 지도를 그려가며 독도의 위치와 분쟁의 역사를 설명할 정도다. 그는 "아랍어로 된 한국 관련 자료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프랑스어나 영어 자료를 번역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한국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다"고 했다.

●한류 열풍을 '메이드인 코리아' 호감으로

튀니지의 한류 바람은 한국 제품에 대한 호감도를 높이는데도 기여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한국의 대(對) 튀니지 수출액은 5883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3% 증가했다. 지난해 수출액 1억2682만 달러의 절반에 가까운 수치다. 드라마를 통해 노출된 한국산(産) 휴대전화와 가전제품, 자동차의 인지도도 높아지고 있다. 튀니지의 대도시 인근 도로변에는 LG전자나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광고판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최근에는 르노, 푸조, 폴크스바겐 등 유럽산 일색인 튀니지 자동차 시장에 기아자동차가 진출했다.

LG전자 튀니지법인 민승호 지사장은 "관광산업이 발전한 튀니지는 다른 아프리카 국가에 비해 소득과 소비수준이 높다"며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가 매출로 연결되도록 한류 마케팅을 적극 펼쳐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코리아TV 이규정 대표는 "인근 리비아나 터키의 한류열풍도 튀니지 못지않게 뜨겁다"며 "15일 튀니스에서 개국 1주년 기념행사를 열고, 9월부터 터키, 이란, 독립국가연합(CIS) 시청자를 위해 터키어와 페르시아어 자막을 입힌 한국 프로그램을 방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튀니스=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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