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폐해론 확산…‘선제 인상론’ 부상

  • 동아일보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
“상황보며 속도-폭 조절해야”

김태준 금융연구원장

“인상 시점 전향적 판단을”


정부의 고위 관계자들이 연일 출구전략의 핵심인 기준금리 인상이 시기상조라는 견해를 밝히고 있지만 금융계에서는 ‘저금리의 폐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다. 29일에는 한국은행과 함께 금융계 싱크탱크인 한국금융연구원까지 나서서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저금리가 가져올 부작용을 우려하고 선제적 금리 인상 필요성을 역설했다.

한은은 이날 내놓은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과정에서 취해진 금융완화 조치들이 중장기적인 안목에서 금융 불균형 발생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기준금리가 14개월째 사상 최저 수준인 2.0%를 유지하면서 풍부해진 시중자금이 갈 곳을 못 찾고 단기 금융상품에만 몰리는 현상을 우려한 것이다.

이어 “금융완화 조치의 정상화(기준금리 인상)는 출구전략과 관련한 국제적 논의 및 국내외 금융·경제 상황의 개선 추이를 보면서 속도와 폭을 조정해야 한다”며 점진적인 기준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의 새 기준금리로 기존 양도성예금증서(CD)에 비해 변동 폭이 작은 자본조달비용지수(COFIX·코픽스)가 도입돼 통화정책의 파급효과가 약해지고 파급되는 기간도 길어진 만큼 선제적인 통화정책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부동산시장과 관련해서는 집값 오름세가 제한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불안한 모습이 재연될 수 있는 요인도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한은은 “보금자리 주택 및 위례 신도시 조성과 정부의 4대강 정비사업을 통해 지급된 토지보상금이 주택시장으로 유입되고 부동산 관련 규제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되면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가격이 다시 불안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동산가격의 안정기조가 확고해질 때까지 담보대출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부동산 관련 대출 규제를 유지할 것을 정부에 주문했다.

김태준 금융연구원장도 이날 발간한 ‘2009년 금융백서’ 설명회에서 “현재 기준금리는 비정상적으로 낮은 수준이며 적절하다고 볼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은이 하반기에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많은데 비정상적인 금리를 정상 수준으로 가져가는 게 중요하다”며 “(한은이) 인상 시점을 전향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연구원은 금융백서를 통해 “낮은 기준금리로 유동성이 대거 풀리고 정부의 대출 지급보증이 많아져 기업 구조조정이 늦춰지는 등 금융 완화의 후유증이 일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금리인상 시점에 대한 정부 당국자들의 일관된 견해는 여전히 ‘시기상조’다. 강만수 대통령 경제특보 겸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은 28일 “출구전략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대공황과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이 왜 오래갔는지 역사적 교훈을 생각해야 한다”며 금리 인상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내비쳤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27일 “출구전략과 관련한 정부 입장은 전혀 바뀐 게 없다”며 “금리 인상은 고용과 민간부문의 자생력을 봐야 하는데 아직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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