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금융]외국기업 국내증시 입성 러시… “한국 찍고 아시아로”

  • 동아닷컴
  • 입력 2010년 4월 1일 03시 00분



국내 IPO시장 “외국기업 상장이 새 돌파구”

《차이나하오란이 올 2월 상장 이후 공모가 대비 30% 이상 오르며 선전하고 있다. 차이나하오란은 중국의 폐지 재생업체로 최근에 한국 증시에 상장한 외국기업이다. 특히 올해는 국내 증시에 최대 15개에 이르는 외국기업이 상장할 예정이다. 이는 지금까지 상장한 외국기업 수인 11개를 넘어서는 것인 데다 중국 기업 일색에서 미국과 일본 기업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올 최대 15개기업 상장 예정
中기업서 美·日로 대상 확대

“해외우수기업 발굴 새 수익원”
증권사별 차별화서비스 강화

○ 중국 위주에서 美-日 기업으로 확대

외국기업이 국내에 처음 상장한 것은 2007년 8월로 중국의 멀티미디어 스피커 제조업체 3노드디지탈이 1호다. 같은 해 화풍방직 등 2건이 성사됐고 2008년 코웰이홀딩스, 연합과기 등 2개 회사가 상장됐다. 지난해에는 중국식품포장, 네프로아이티, 중국원양자원, 차이나그레이트, 중국엔진집단 등 6개 기업이 국내 증시에 입성했다.

올해는 2월 5일 상장한 차이나하오란을 시작으로 부품 제조 및 운송기업인 뉴프라이드가 31일 상장을 앞두고 있고 15일에는 일본 내의 온라인 증권중개업 회사인 클릭증권이 코스닥 시장 상장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현재 국내 증권사와 주간사회사 계약을 체결한 외국기업은 48개에 이른다. 중국 기업이 30개로 가장 많고 미국 기업 8개사, 일본 기업 6개사, 영국과 태국, 필리핀, 베트남 소재 기업도 1개씩 포함돼 있어 중국에 치중돼 있던 성향이 많이 완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 외국기업 상장은 IPO시장 ‘블루오션’

외국기업이 국내 증시를 두드리는 이유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한국 증시가 보여준 빠른 회복력과 상대적으로 경쟁력 있는 상장 및 유지비용, 사업상 아시아시장 진출을 희망하는 기업에 인지도 제고 효과를 줄 수 있다는 점 등이 꼽힌다.

특히 최근에 외국기업들의 한국 증시 상장이 점차 증가하는 것에는 한국거래소의 적극적인 노력이 한몫하고 있다는 평가다.

중국 기업은 적절한 시기에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빠른 상장이 필요하지만 중국 내에서 상장되기까지는 최소 3년 이상 걸린다. 중국 증권거래소는 아주 규모가 큰 우량회사나 국영 기업에 한해서만 선별적으로 상장을 허용하기 때문에 많은 중국 기업은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 해외 증권 시장의 문을 두드려 왔다. 하지만 적절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저평가되는 사례가 많았다. 이 때문에 많은 중국 기업이 한국 증시 상장을 원하고 있으며 올해만 22개사가 상장을 기다리고 있다.

국내 증권사로서도 해외 우수 기업을 발굴해 국내 증시에 상장시키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벗어나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란 평가다. 김정익 신한금융투자 기업금융본부장은 “중국 기업 IPO는 수수료 출혈 경쟁으로 인수 금액 대비 수수료율이 약한 국내 IPO 시장에서 제값을 받고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블루오션이다”라고 말했다.

○ 증권사별 주관 업무 활발히 진행 중

이 때문에 국내 증시 상장을 계기로 시작한 외국기업을 지속적으로 관리해 유상증자, 회사채 발행 등 차별화된 종합적 투자은행(IB) 서비스 업체로 거듭나기 위한 증권사들의 노력도 가속화되고 있다.

대우증권은 외국기업의 국내 증시 상장 유치를 위해 거래소와 협력해 미국, 일본,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의 우량 기업을 대상으로 국내 증시 상장의 절차 및 이점을 적극적으로 설명하는 한편 해외 거점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개별 기업을 발굴하는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올해 대우증권이 상장을 추진 중인 외국기업은 5∼7개다. 임기영 대우증권 사장은 “한국 증시에 대한 외국기업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통 제조업체부터 태양광, 금융, 소프트웨어, 바이오서비스 등 첨단업체까지 다양한 기업들과 상장 주간 계약을 체결했다”며 “공모 규모가 큰 대형 외국기업을 국내 증시에 상장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국투자증권도 미국의 통신관련 기업과 금융회사, 베트남의 침구류 제조회사와 주간사회사 계약을 체결하고 미국의 정보기술(IT) 회사, 중국의 제조회사와 주간사회사 계약을 타진하고 있다. 동합종합금융증권은 캄보디아 프놈펜에 현지 사무소를 열고 캄보디아 정부와 국영기업 상장 관련 주간사회사 업무를 독점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또 올해 해외기업 2곳을 추가로 발굴해 주간사회사 계약을 체결하고 1개사 이상을 실제 상장시킬 계획이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4월 국내 최초로 온라인 광고 중개 및 모바일 콘텐츠를 제공하는 일본 기업인 ‘네프로아이티’ 상장을 지원하며 일본 기업 유치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지난해 말 국내 코스닥업체인 SSCP의 독일 자회사 ‘슈람홀딩스’를 홍콩 증시에 단독 주간사회사로 상장시켜 국내 기업의 해외 자회사가 현지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기도 했다. 올해는 중국 전차부품 업체인 홍림과기 외에도 미국과 일본 기업 1개씩을 상장할 계획이다. 우리투자증권은 올해 나이부스포츠 등 매출액 1000억 원이 넘는 중국 기업 2곳의 국내 증시 상장을 추진 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외국기업 상장은 언어와 문화 차이로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지속적인 현지화와 함께 IPO 외에도 인수합병(M&A) 등 다양한 분야로 업무를 확대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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