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금융]증권사들도 세계시장서 초대형 투자은행에 도전장

  • 동아닷컴
  • 입력 2010년 4월 1일 03시 00분



동남아 - 인도 - 중동 - 중앙아시아 등 블루오션 진출 잇따라

‘내게 맞는 해외 블루오션을 찾아라.’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주춤했던 증권사들의 해외 진출 발걸음이 다시 빨라지고 있다. 실탄과 실력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무모하게 미국 뉴욕, 영국 런던 등 국제금융허브 지역에 진출했던 과거와 달리 홍콩을 거점으로 동남아시아, 인도, 중동, 중앙아시아 등 ‘될성부른’ 지역을 꼼꼼히 두드리고 있다.

합작회사, 현지법인 등을 설립하며 연락사무소 수준은 이미 넘어선 지 오래됐고 주식 위탁매매(브로커리지)뿐 아니라 기업의 상장(IPO), 인수합병(M&A) 등 본격적인 투자은행(IB) 역할을 하겠다는 포부다. 특히 글로벌 IB들의 체력이 약해진 요즘 해외시장에서도 이들과 정면대결을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에 차 있다.

○ ‘오일머니’의 매력, 뜨거운 중동시장

“가보면 가볼수록 매력적인 시장입니다. 우리의 금융상품에 투자할 만한 자금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금융시장 자체가 클 수 있는 곳이지요.”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중동시장 예찬론자다. 지금껏 한국 금융회사들이 진출하지 못했던 지역이지만 세계의 부가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채권을 발행해 장기 저리인 오일머니를 유인할 수 있다면 선진국에 편향된 자본조달시장의 균형을 맞출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또 산업과 연결된 금융투자이기 때문에 성장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투자증권은 이슬람 채권인 수쿠크를 발행하기 위해 이미 말레이시아 출신 이슬람 율법학자를 영입해 이슬람금융전담팀을 운영하고 있다. 이 팀에서는 이슬람 율법을 연구해 이자를 못 받게 돼 있는 이슬람권에 자본 이득 형태로 돈을 돌려주는 등의 방안을 마련 중이다.

우리투자증권도 중동 대열에 최근 합류했다. 지난해부터 IB사업부에 중동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어 중동 진출 전략을 짜 왔다. 그 성과로 지난달 카타르 현지 이슬람은행인 카타르이슬람은행과 IB 및 투자업무 분야에서 서로 협력한다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1월에는 인도의 아디트야비를라그룹의 금융자회사인 아디트야비를라파이낸셜서비스와 전략적 제휴도 맺었다. 조만간 5억 달러 규모의 공동 펀드 조성 방안도 확정할 예정이다.

황성호 우리투자증권 사장은 “인도, 중동지역에 사무소 설립도 고려하고 있다”며 “중동 현지에서는 원전과 관련해 한국에 관심을 많이 보이고 있고 우리도 금융업의 미래 성장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투자하고 연구한다는 자세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5∼10년 뒤에는 이 시장을 바탕으로 중형급 IB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우-대신-삼성-미래에셋증권, 홍콩거점 강화
한국-우리투자 “이슬람 TF구성” 중동진출 서둘러
신한금융투자, 베트남 발판 동남아-중동 공략나서

○ 글로벌 경쟁의 중심지 홍콩

임기영 대우증권 사장과 박준현 삼성증권 사장은 널리 알려진 대로 인천 출신의 중고교 동기동창생이다. 한때 삼성에서 한솥밥을 먹기도 했던 두 사람은 지금은 업계의 최대 라이벌로 만났다. 그러나 두 사장은 올해 초 증권업계 신년 하례회에서 “홍콩을 기반으로 한 아시아지역 해외사업에 적극 협력하자”고 합의했다.

미국 영국보다 홍콩이 글로벌 금융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으며 글로벌 IB들의 체력이 떨어진 지금 해외시장에서 한국 증권사들이 활약할 적기라는 데 두 사람이 의견을 함께했기 때문이다. 세계거래소연맹(WFE)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IPO 기업 수는 뉴욕거래소가 35건, 홍콩거래소가 66건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인 중국 덕분이다.

임 사장은 “얼마 전 영국 런던, 중국 베이징, 베트남 등 해외법인이 홍콩 현지법인에 실적을 보고하도록 체계를 바꿨다”며 “한국 및 중국 기업의 홍콩 증시 상장을 주관하고 채권시장에서 업무도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지난해 8월 출범한 홍콩법인의 총인력은 60명으로 이 중 법인장과 지원인력 2명을 뺀 57명이 모두 현지인”이라며 “홍콩의 IB 사업이 조기 정착되면 이를 발판으로 중국, 싱가포르, 대만, 인도 등으로 거점을 확대해 2020년에는 ‘글로벌 톱10’에 올라서겠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은 핵심전략지역으로 삼은 중국을 공략하기 위해 홍콩 현지법인을 강화하고 있다. 2007년 48억 원으로 출발한 미래에셋 홍콩법인의 자본금은 현재 2361억 원으로 늘어난 상태. 홍콩의 ‘글로벌 리서치센터’는 앞으로 런던, 인도, 뉴욕, 상파울루 등에 생길 리서치 조직과 연계해 한국, 중국, 인도 등 급성장하는 해외시장을 분석할 예정이다.

대신증권도 홍콩 거점 전략을 펴고 있다. 지난해 홍콩 영업을 재개한 뒤 싱가포르 국부펀드로부터 서울반도체 유상증자 자금 2847억 원을 유치하기도 했다. 앞으로 대신은 홍콩을 동남아지역의 IB 업무 전진기지로 삼아 글로벌 펀드를 대상으로 하는 위탁매매뿐 아니라 해외투자자들의 자금이 필요한 국내 기업을 위한 투자유치 자문 업무를 적극적으로 할 예정이다.

동양종금증권은 올해 홍콩 현지법인을 설립한 것을 계기로 아시아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겠다는 구상이다. IB 사업에 역점을 두면서 해외 위탁영업도 병행할 예정이다. 하나대투증권도 상반기 홍콩 당국으로부터 현지법인 인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중국과 동남아, 이제는 열매를 딸 때

신한금융투자는 ‘수업료가 상대적으로 싼’ 곳을 집중 공략할 예정이다. 중심지는 베트남과 일본. 베트남 호찌민에서 현지사무소 인가를 받으면 본격적으로 사업을 전개할 예정이다. 앞으로 이 지역을 발판으로 동남아 전역과 중동지역 진출 가능성도 모색할 계획이다.

우리투자증권은 지난해 9월 베트남 현지 증권사를 인수했고 호찌민에 사무소를 둔 한국투자증권도 현지 증권사 인수가 마무리 단계다.

자본시장이 덜 발달된 캄보디아, 라오스도 주요 대상이다. 대신증권은 2008년 캄보디아 현지 재벌인 로열그룹과 전략적 제휴를 맺은 데 이어 최근 라오스 민간그룹인 코라오그룹과 제휴하기도 했다. 라오스는 IBK투자증권이 IPO 시장에 진출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무엇보다 중국을 빼놓을 수 없다. 한화증권은 상하이에 투자자문사를 설립해 중국 기업의 한국 증시 상장, M&A 등 IB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베이징에 리서치센터를 설립해 현지 애널리스트를 뽑았고 중국 경제와 기업에 대한 심층 분석 결과를 국내 투자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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