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호텔 등급평가 문제많은 ‘VISIT KOREA’

  • 동아일보

관광協-호텔업協으로 양분… 이해관계자가 평가위원 활동

특 1급, 특 2급, 1급 등 호텔의 서비스와 질을 보장하는 호텔 등급평가가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등급평가 기준이 일정하지 않았고 평가 과정에 이해 관계자가 평가위원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이 같은 사실은 관광 분야의 정책 연구를 맡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조사 결과 드러났다.

최근 이 연구원이 펴낸 ‘관광호텔 등급평가제도 실효성 확보 방안’에 따르면 1999년 이후 민간으로 넘어간 호텔 등급평가는 한국관광협회중앙회와 한국관광호텔업협회 등 2개 기관이 담당하고 있다. 호텔은 두 기관 중 원하는 곳에서 평가를 받으면 되는데 평가 과정에서 두 기관의 차이를 줄이려는 제도적 뒷받침이 없어 지난 10년 동안 큰 차이가 발생했다는 것이 연구원의 지적이다.

호텔 등급평가는 △서비스 △건축·설비·주차 △전기·통신 △소방안전 △소비자 만족도 등 5개 영역에서 진행되지만 영역별 평가위원 구성 비율에 대한 규정은 없다. 이 때문에 소방안전 분야의 경우 관광협회는 평가위원에 소방공무원, 전문대 교수, 관련 협회 및 업체 관계자 등을 위촉한 반면 호텔업협회는 모두 소방공무원으로만 구성했다. 소비자만족도 분야에서도 관광협회는 총 15명의 평가위원 가운데 소비자단체 관계자가 14명이지만 호텔업협회는 소비자단체 관계자가 2명에 불과했다.

김현주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관광협회는 각 지역의 관광협회를, 호텔업협회는 각 호텔을 회원사로 두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호텔업협회의 경우 회원사인 각 호텔들의 압력 때문에 소비자들의 불만을 다루는 소비자단체가 평가위원으로 참여하는 것이 배제된다는 것. 연구원은 “결국 이 같은 차이들이 등급평가 결과의 차이를 불러온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또 등급평가를 위한 현장 실사과정에서 등급평가표를 지참한 평가위원이 20%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5개 영역 가운데 서비스 부문의 평가항목만 74개이기 때문에 모두 외운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평가위원들은 평가 기준을 무시한 채 특이 사항을 기록하는 방식으로 평가를 진행한 것. 일부 평가위원 가운데 평가를 받는 호텔에 물품을 납품하거나 시공을 담당한 업체 직원이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 외에도 국제회의 기자재 보유 여부에 대한 평가로 옛날 영상 기기인 ‘광학투영기(OHP)’를 항목에 넣는 등 평가 기준 자체가 업계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구식’이라는 점도 지적됐다. 이에 대해 연구원은 문화부 주도로 2개 평가 기관이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전문 평가위원 풀을 구성해야 하며 평가 기준을 시대 흐름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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