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냐 5%냐… 이달이냐 내달이냐

  • 동아닷컴
  • 입력 2010년 3월 9일 03시 00분


中 위안화 절상 임박… 폭-시기 초미의 관심

루비니 뉴욕대 교수
“일단 2% 절상한 뒤
1년내 또 1, 2% 절상”


《중국이 위안화 환율을 조정할 수 있음을 시사함에 따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제금융시장의 뜨거운 감자였던 위안화 절상 이슈가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히 중국의 이런 태도는 그동안 미국을 포함한 서방국가의 거듭된 위안화 절상 요구에 사실상 ‘무대응’으로 일관했던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점에서 위안화 절상 시점이 임박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한국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외환정책 변경은 한국 경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인 만큼 위안화 절상 시점과 폭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중국의 외환정책이 중대한 변곡점에 들어서고 있다는 사실은 저우샤오촨(周小川) 런민은행장의 발언을 통해 드러났다. 저우 행장은 6, 7일 전국인민대표대회 기간 중 언론과 만나 “미 달러화 대비 다른 화폐 간 환율 트렌드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있다”며 “중국 통화정책은 경제지표의 변화 등에 맞춰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비상시스템은 언젠가 정상화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위안화의 절상을 용인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을 때 공식 반응을 자제한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중국은 당시 고위 관료들의 입을 통해 “위안화 환율의 안정성 확보 조치는 당분간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냈다.

저우 행장이 언급한 비상시스템은 중국이 2005년 7월 고정환율제에서 관리변동환율제로 바꾼 뒤 위안화가 달러화 대비 21% 절상됐으나 글로벌 경제위기 징후가 보이던 2008년 7월부터 달러당 6.82위안으로 사실상 고정돼 있는 상황을 뜻한다. 결국 비상시스템의 정상화는 고정환율제에서 관리변동환율제로의 복귀를 의미하는 셈이다.

위안화 절상 시기에 대해선 “이르면 다음 달부터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이 앞으로도 위안화 절상 압력의 수위를 높일 가능성이 큰 데다 중국 역시 지난해 12월부터 수출증가율이 1년 만에 플러스로 돌아서는 등 절상 시점이 무르익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경기비관론자인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8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페그제(고정환율제)를 이르면 2분기 중 종료하고 위안화를 일단 2% 절상한 뒤 12개월 안에 또다시 1∼2% 절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절상 폭은 5% 이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3∼6%로 다양한 견해가 나오고 있다. 정미영 삼성선물 리서치팀장은 “1년 내 최소 3∼4% 절상은 시장에서 모두 예측하고 있는 수치”라며 “이미 1년짜리 위안화 선물은 3∼4% 절상돼 거래되고 있는 만큼 시장 예측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위안화 절상이 현실화될 가능성을 예의주시하면서 외환과 금융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해 혹시 닥칠지 모를 ‘중국발(發) 쇼크’를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기획재정부 고위 당국자는 “중국이 자국의 경제정책과 관련해서는 외부 압력이 거세더라도 잘 포기하지 않는다”며 “외환시장의 압력 때문에 위안화를 절상하더라도 수출을 큰 폭으로 둔화시킬 정도의 절상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美는 왜 위안화 절상에 집착하나

무역적자로 나간 수천억 달러
中서 美국채 사들여 재유입
미국내 자산버블 원인 지목



위안화 절상이 세계적인 핫이슈가 된 것은 이 문제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주요 원인인 ‘글로벌 불균형(global imbalance)’과 밀접히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불균형이란 기축통화인 달러를 발행하는 미국은 매년 수천억 달러의 무역적자를 보는 반면 중국 등 수출국들은 큰 폭의 무역흑자를 올리는 현상을 말한다. 무역적자로 빠져나간 달러는 흑자국들이 미국 국채와 달러표시 자산을 매입하면서 다시 미국으로 흘러들어가 미국의 자산버블을 일으키고 금융위기의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이를 놓고 미국과 중국은 서로 책임논쟁을 벌여왔다. 1979년 미중 수교 이후 양국 간 경제협력관계가 형성되면서 중국 경제는 급속도로 성장했다. 중국의 대미 수출도 크게 늘면서 무역흑자가 대폭 증가했다.

2001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뒤부터는 양국 관계가 경쟁관계로 바뀌고 갈등은 첨예해졌다. 이후 미국은 중국에 대해 위안화 평가절상 및 금융시장 개방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2005년 7월 중국이 위안화 절상을 단행한 것도 이러한 미국의 압력에 어느 정도 손을 든 것이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뒤 중국은 위안화 가치를 달러에 고정하는 사실상 ‘고정환율제’로 되돌아갔다. 반면 미중 간 무역불균형은 여전하다. 지난해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2268억 달러로 미국의 총무역적자(3807억 달러) 가운데 60%를 차지할 정도다.

미국은 “무역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위안화가 큰 폭으로 절상돼야 하며 중국의 성장체제가 수출 주도에서 내수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중국은 “미국이 저축률을 높이고 재정건전성을 확보하는 노력이 더욱 중요하다”며 위안화 절상 압력을 묵살해왔다.

하지만 중국의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10%를 넘어서는 등 글로벌 금융위기를 어느 정도 극복했다는 자신감이 생기면서 적정 수준의 위안화 절상은 용인하겠다는 입장으로 돌아서게 된 것이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한국 경제엔 失보다 得

수출 기업-현지진출 업체
中 내수확대로 전망 밝아
금융시장은 일시 교란 가능성

■ 위안화 절상되면



위안화 절상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이중적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는 일시적으로 금융시장이 교란될 개연성이 있지만 한국에는 실(失)보다는 득(得)이 더 클 것으로 예상했다. 위안화 절상이 원만하게 이뤄져 중국 경제가 중장기적으로 탄탄하게 성장한다면 한국 경제도 안정을 찾고 중국 내수시장 확대의 결실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에 생산기지를 두고 제3국으로 수출하는 기업들은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우선 위안화 절상 직후 단기수익을 노리는 투기성 자금인 핫머니가 빠르게 중국에서 빠져나갈 여지가 커졌다. 이미 중국으로 유입된 핫머니 규모는 지난해 2분기부터 지난해 말까지 3000억 달러로 과거 어느 때보다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연구위원은 “위안화 절상 시점에 핫머니가 움직일 가능성이 높아 국제 금융시장의 혼란이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 혼란에 그칠 것으로 보는 전망도 있다. 연초에 중국 런민은행이 지급준비율을 인상했을 때 글로벌 증시가 일시적 혼란에 빠졌다가 곧바로 회복했듯이 위안화 절상의 악영향도 단발성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위안화 가치가 오르면 한국 수출기업에는 청신호가 켜진다. 중국의 통화가치가 오르면 중국의 수입이 늘어나기 때문. 특히 중국 정부가 가전하향(家電下鄕), 자동차하향(汽車下鄕) 같은 내수부양 정책을 지속해 한국 기업들의 수출전망은 밝아진다.

다만 위안화와 함께 한국 원화가 어느 선까지 절상되느냐에 따라 수출 효과가 상쇄될 가능성은 있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금까지 중국 위안화 절상폭보다 한국 원화 절상폭이 작았다”라며 “하지만 예상보다 원화 절상폭이 커지면 미국 유럽 등에서 한국 기업의 수출위축 효과가 커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기업의 수출지역에 따라 명암이 엇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신세계 이마트, LG생활건강, 오리온처럼 중국 내수시장에 진출한 기업들은 득을 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국 공장을 생산거점으로 삼아 제3국 수출에 주력해온 기업들은 수출이 위축될 소지가 크다. 엄정명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한국 기업들은 커지는 중국 내수시장을 겨냥해 소비재 위주로 수출품목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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