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 투자 14.6% 감소… ‘나홀로 뒷걸음’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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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8.5% , 중기는 2% 증가… 세제지원 등서 소외

한국 산업계의 ‘허리’ 역할을 해야 할 중견기업이 갈수록 뒷걸음치고 있다. 중견기업 수가 급감하고 설비투자도 줄어드는 추세다.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이 되는 순간 세제(稅制) 금융지원 등 각종 혜택이 없어지면서 기업 스스로가 ‘성장판’을 닫아 생긴 현상이라는 지적이 많다.

3일 기업은행 IBK경제연구소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종업원 1000명 이상 대기업(제조업 기준)의 설비투자 규모는 지난해 36조9434억 원으로 2004년(34조623억 원)보다 8.5% 증가했다. 중소기업(종업원 299명 이하)의 설비투자도 같은 기간 2조9690억 원에서 3조272억 원으로 2.0% 늘었다. 하지만 중견기업(300∼999명)의 설비투자는 같은 기간 4조7511억 원에서 4조581억 원으로 14.6%나 줄었다. 이 기간 연평균 설비투자 증가율도 대기업 2.1%, 중소기업 0.8%였으나 중견기업은 ―2.4%로 ‘역성장’했다.

또 한국중견기업연합회(회장 윤봉수)에 따르면 1996년 866개에 이르던 중견기업 수는 2007년 525개로 11년 만에 약 40% 급감했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은 약 10만 개에서 12만 개로 늘었다. 전문가들은 중견기업이 줄어든 것은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한 때문이 아니라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올라가는 것을 스스로 ‘거부한’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 기간 대기업이 262개에서 118개로 줄어든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노강석 IBK경제연구소장은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이 되면 조세, 금융, 인력, 기술개발, 판로지원 등 무려 70여 가지의 혜택이 일시에 사라지는데, 이에 대한 두려움이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 소장은 “중견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탄력적인 제도 개편과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부도 중견기업 육성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중견기업 육성방안’을 지난달 내로 내놓겠다고 밝힌 바 있으나 부처 간 이견(異見)으로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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