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 “저금리 상당기간 유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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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정책 기조 변화없다” 美하원 청문회서 밝혀
주가-유가 동반 상승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24일(현지 시간) 아직 느슨한 통화정책을 바꿀 생각이 없으며 저금리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주 FRB가 재할인율을 전격 인상하면서 정책금리도 조기에 인상될 수 있다는 시장의 추측을 일축한 것이다.

버냉키 의장은 이날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의 상반기 통화정책 청문회에 출석해 “인플레가 낮게 유지되고 있어 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상당 기간 초저금리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기존 생각을 재차 강조했다.

‘상당 기간 저금리를 유지한다’는 표현은 FRB가 2008년 12월 정책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춘 이후 지금까지 FOMC의 성명서에 계속 되풀이하고 있는 문구로, 버냉키 의장이 이러한 표현을 사용한 것은 통화정책 기조에 변화가 없으며 단기간 내에 금리인상이 없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됐다.

버냉키 의장은 미국경제에 대해 초기 회복단계에 들어와 있다면서도 고용 사정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고용시장에 대해 “긍정적인 신호가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용시장은 상당히 취약한 상태”라며 “경기침체가 완화되고 있지만 고용시장이 아직 회복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업률이 10% 안팎을 유지하는 상태가 오래 지속될 경우 소비침체는 물론 장기적으로 근로자들의 숙련된 기술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버냉키 의장은 지난주 전격적인 재할인율 인상에 대해 금융위기 이후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취했던 조치들을 정상화하는 노력일 뿐이며 긴축 통화정책으로의 기조 변화는 아니라는 점을 다시 강조했다. 그는 “재할인율 인상이 FRB의 통화정책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긴축적인 통화정책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동안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에 짓눌렸던 뉴욕증시는 이날 버냉키 의장의 발언에 힘입어 크게 올랐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91.75포인트(0.89%) 상승한 10,374.16으로 마감했다. 버냉키 의장의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 일축으로 투자심리가 회복되면서 장중 한때 상승폭이 100포인트를 넘어서기도 했다.

달러화는 사흘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날 오후 뉴욕 외환시장에서 유로화 대비 달러화 환율은 전날보다 0.2% 상승한 유로당 1.3529달러 선에서 움직였다.

버냉키 의장의 발언은 국제유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1.14달러(1.4%) 상승한 배럴당 8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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