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 숨겨진 과학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25일 20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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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주인이 날씨예보를 가장 많이 접하는 곳은 어딜까? 신문, TV, 라디오…. 모두 정답이 아니다. 정답은 바로 편의점 매장에 비치된 POS(판매시점관리) 단말기다. 보광훼미리마트나 GS25 등 국내 편의점 본부에서는 전국 가맹점에 하루 2~4차례 지역 단위로 세분화된 날씨 정보를 전송한다. 이렇게 날씨 정보를 받는 매장은 훼미리마트는 4700여 곳, GS25는 4000여 곳에 달한다.

똑똑한 매장관리가 매출증대

날씨가 중요한 이유는 주문량과 매출액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핵심 정보이기 때문이다. 단말기에 비 예보가 뜨면 업주는 본사에 컵라면이나 따뜻한 캔커피 주문을 늘린다. 소나기 예보는 우산 주문량을 늘리라는 신호다. 단말기에는 날씨가 비슷했을 때의 매출량을 기준으로 삼아 분석한 권장 주문량까지 뜬다. 보광훼미리마트가 이렇게 날씨정보에 따라 발주량을 조절하는 체계를 도입했더니 전체 매출이 30% 가량 뛰었다.

편의점에서 파는 모든 상품은 매주 매출 기여도에 따른 '주간 성적표'를 받는다. 매출 기여도 순으로 'A, B, C' 등급으로 분류해 A등급 상품은 손님이 꺼내기 쉬운 매대 앞자리로 '모신다'. 매출 기여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F학점(GS25는 Z등급)상품은 퇴출 수순을 밟는다. 판매대 사이에서도 치열한 '땅따먹기'가 벌어진다. POS 시스템은 각 편의점에 설치된 판매대의 생산성을 색깔로 표시해 해당 매장의 단말기로 전송한다. 생산성이 높은 판매대는 파란색, 낮은 매대는 빨간색 같은 방식이다.

이종원 GS25 영업기획팀장은 "평균 66㎡(20평) 남짓한 매장에 1500여 가지상품을 판매하고 몇몇 인기상품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편의점의 특성상 과학적 관리 없이는 매출 극대화가 어렵다"고 말했다.

신선식품 관리시스템도 작동

삼각김밥, 샌드위치 등 편의점의 신선식품은 다른 물품보다 '바코드'가 길다. 편의점 업계는 신선함이 생명인 이들 품목의 바코드에는 기존의 13자리에 유통기한 정보를 담은 바코드 3자리를 추가해 유통기한이 지나면 아예 계산이 안 되게 한다. 유통기한 30분~1시간 전에는 단말기로 '유통기한 알람'도 보내준다.

이처럼 체계적인 관리는 판매시점에서 스캐너로 상품의 바코드를 읽는 것과 동시에 판매된 품목, 가격, 수량 등의 정보를 컴퓨터로 입력시키는 POS 시스템이 구축돼 있어 가능하다. 이 정보로 매출 동향을 분석해 적정재고량과 주문량을 유지할 수 있다. 보다 상세한 분석을 위해 편의점 종업원은 계산대에선 고객의 나이를 짐작해 10여개 군으로 분류한 고객정보도 입력한다.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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