쇳물 끓는 굉음 콸콸… 年 250만 t 생산 눈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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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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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부제철 당진 열연공장 준공 100일
열연강판 자체조달 수익성 쑥
납기기간도 90일→20일 단축
폐열 이용 에너지 효율 높여

충남 당진군 송악읍 동부제철 열연공장에서 전기로가 가동 중인 모습. 국내 최초로 ‘콘스틸’ 방식을 채택해 고로 대비 이산화탄소
발생량은 25% 수준으로 에너지 소비량은 33% 수준으로 낮췄다고 동부제철 측은 설명했다. 사진 제공 동부제철
충남 당진군 송악읍 동부제철 열연공장에서 전기로가 가동 중인 모습. 국내 최초로 ‘콘스틸’ 방식을 채택해 고로 대비 이산화탄소 발생량은 25% 수준으로 에너지 소비량은 33% 수준으로 낮췄다고 동부제철 측은 설명했다. 사진 제공 동부제철
흰 먼지 연기 사이로 불똥이 튀어 올랐다. 쇠가 녹으며 내는 붉은빛은 너무 강해 눈을 똑바로 뜰 수 없었다. 전기로로 고철을 들이붓는 굉음에 수십 m 떨어진 곳에서도 가슴이 덜덜 떨렸다. 19일 충남 당진군 송악읍 동부제철 열연공장 전기로의 가동 모습이었다. 동부제철이 지난해 11월 11일 열연공장 준공식을 한 뒤 꼭 100일이 지났다.

○ “일관제철 사업 꿈 이뤘다”

“이 전기로는 한 번에 부어내는 쇳물이 160t, 노(爐)에 남기는 잔탕이 60t입니다. 국내 최대, 세계에서는 3번째 규모입니다. 그런 전기로가 이곳에 2기가 있습니다.”

이영호 동부제철 차장의 설명에서는 ‘우리도 쇳물을 녹이는 일관제철 회사’라는 자부심이 느껴졌다. 철강업계에서 ‘쇳물’의 의미는 중요하다. 철광석이나 고철 등 원재료를 녹여 만드는 1차 제품인 열연강판을 재료로 아연도강판, 컬러강판 등 각종 냉연강판 제품을 만든다. 쇳물을 녹여 열연강판과 냉연강판을 모두 만들 때 비로소 일관제철 회사가 된다.

열연공장 제품라인 끝 부분에는 한 개의 무게가 25t이라는 코일 형태의 열연강판 제품 수백 개가 놓여 있었다. 멀리서도 후끈한 열기가 느껴졌다. 생산 직후 600도에 이르는 열을 며칠간 이 자리에서 식힌 뒤 지하 통로로 바로 옆의 냉연공장으로 보낸다는 설명이다.

동부제철은 열연공장을 짓기 전까지는 포스코 등 다른 제철소에서 열연강판을 사 와서 썼다. 열연공장을 지으면서 회사 이름도 ‘동부제강’에서 동부제철로 바꿨다. 준공식 때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1980년대 후반부터 구상한 일관제철 사업의 꿈을 이뤄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외부에서 사서 쓰던 제품을 자체 조달하니 그만큼 수익성이 높아진다. 공장 가동을 시작한 지난해 3분기(7∼9월)부터 회사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선 데에도 그 같은 영향이 컸다는 설명이다. 동부제철은 올해 영업이익 목표를 1740억 원으로 잡고 있다. 이종근 동부제철 생산본부장은 “열연강판을 외부 제철소에 주문하고 들여오는 데 걸리는 시간을 줄이면서 전체 납품 기간을 최대 90일에서 20일로 단축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 위기 때도 포기하지 않은 투자


이 공장은 2007년 11월 공사에 들어가 지난해 7월 완공했다. 글로벌 경제위기라는 시련에 정면으로 맞서며 이뤄낸 성과라는 점에서 열연공장의 의미는 깊다. 총투자비 1조500억 원 규모의 공사를 진행하는 동안 직원들은 연봉 30%를 반납하는 등 고통 분담에 나서고 회사 측도 공기 단축을 강도 높게 추진했다.

동부제철은 10여 년 전인 외환위기 때도 1조3000억 원을 들여 현재의 당진 냉연공장을 건설한 바 있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돌아보면 위기에 투자를 미루지 않았던 것이 경기 회복기 시장에 성공적으로 대응하는 토대가 됐다”고 말했다. 동부제철 측은 “당진 열연공장은 올해 4월 중 연간 250만 t 생산체제를 이루고 내년에는 연간 300만 t 생산으로 시설을 풀가동할 것”이라며 “철강업계에서 새로 지은 공장의 가동률을 이토록 빨리 높이는 것도 유례가 없다”고 강조했다.

저탄소 친환경 기술을 사용하는 ‘미래형 제철소’라는 점도 자랑거리다. 전기로 특성상 사용 에너지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은 데다 폐열을 이용해 고철을 예열하는 콘스틸 설비를 도입해 에너지 효율을 다른 전기로보다 15% 높였다는 설명이다.

당진=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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