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원으로 출발한 삼성상회… 72년 만에 97만배로 불어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1일 03시 00분


삼성-신세계-CJ-한솔, 4개 대기업군으로 성장

호암(湖巖)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가 1938년 삼성상회로 시작한 기업의 크기가 72년 만에 약 97만 배로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호암은 1938년 3월 1일 대구에 826.4m²(250평) 남짓한 점포를 사서 삼성상회라는 간판을 걸었다. 당시 호암의 나이 28세였다. 자본금 3만 원으로 시작한 청과물과 건어물을 사고파는 이 무역회사가 현재 대한민국 제일의 기업인 삼성의 출발이었다.

12일 호암 탄생 100주년을 맞아 동아일보는 범(汎)삼성가 상장사의 시가총액과 고용인원을 조사했다. 그 결과 삼성상회는 72년이 지난 2010년 1월 28일 현재 시가총액 216조 원에 이르는 4개의 대기업군으로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곧 상장될 예정인 삼성생명의 예상 시가총액 약 20조 원을 포함하면 시가총액은 약 236조 원으로 늘어난다.

4개 대기업군은 호암의 3남 이건희 씨가 물려받아 키운 삼성그룹, 장녀 이인희 씨가 고문으로 있는 한솔그룹, 장남 이맹희 씨에게 물려준 CJ그룹, 차녀 이명희 씨가 회장인 신세계그룹 등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938년 당시 3만 원의 현재 가치는 약 2억4300만 원이다. 이 돈이 총 236조 원으로 약 97만 배 불어난 셈이다. 236조 원은 올해 정부 예산(292조8000억 원)의 약 80%, 서울시 예산(21조2500여억 원)의 11배가 넘는 금액이다.

4개 대기업군의 고용인원은 지난해 말 현재 22만4500여 명으로 국내 경제활동인구(2400만 명)의 1%에 근접한 수준이다.

호암 자신은 삼성상회 이후 삼성물산공사의 무역, 제일제당의 설탕, 제일모직의 의류, 삼성전자의 TV 등 손대는 사업마다 성공을 일궜다. 한 지인은 “호암은 특히 반도체 사업을 한 것이 가장 잘한 일이라고 믿었다”고 전했다. 호암은 1980년 당시 일본 경단련 이나바 히데조(稻葉秀三) 박사로부터 “앞으로는 중후장대(重厚長大)한 산업보다 경박단소(輕薄短小)한 산업에 살길이 있다”는 얘기를 들은 뒤 숙고를 거쳐 주변의 무모하다는 만류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산업에 투자해 현재의 삼성전자를 만들어 냈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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