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빵값 모니터링… 가격인하 압박

  • Array
  • 입력 2010년 1월 27일 03시 00분


코멘트

“밀가루값 내렸는데 제빵-제과-라면 가격 그대로”

최근 제분업계가 일제히 밀가루 가격을 7%가량 낮추면서 밀가루를 주원료로 하는 제빵 제과 라면 등 식품업계에 가격 인하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원자재 값이 오를 때는 인상분을 적극적으로 가격에 반영하던 식품업계가 원자재 값이 떨어질 때는 가격 인하에 인색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감시국 관계자는 26일 “밀가루 값이 크게 떨어졌지만 SPC나 농심 등은 종전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며 “이들이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하고 있는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부터 서민생활과 밀접한 품목에 대한 불공정행위를 집중 감시해 온 공정위는 최근 제빵 제과업체의 제품 가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현재 빵 값 인하 방침을 밝힌 곳은 SPC그룹과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뚜레쥬르 등 2곳이다. 하지만 인하 대상 품목이 극소수로 제한됐다. SPC는 25일부터 파리바게뜨 10종, 삼립식품 4종, 샤니 4종 등 모두 18종의 제품 가격을 4∼10% 인하했다. 뚜레쥬르도 28일부터 9종의 빵 값을 4∼10% 내리기로 했다. 이들 업체가 브랜드별로 생산해 내는 제품은 200∼300여 종인 데 반해 인하 품목은 전체 제품의 5% 내외에 불과한 셈이다.

뚜레쥬르 측은 “빵에서 밀가루가 차지하는 원가 비중은 평균 7% 정도다. 그래서 밀가루 비중이 평균보다 2배 이상 높은 식빵 위주로 가격을 내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SPC 측 역시 “밀가루의 원료 비중은 높지 않지만 물가 안정 차원에서 간식보다는 주식으로 먹는 식빵 등의 가격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정위 관계자는 “원가를 분석해 봐야 알겠지만, 확실한 건 밀가루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는 점”이라며 전체적인 가격 인하의 필요성을 분명히 했다. 제분업계에 따르면 밀가루 값(중력1등 20kg 기준)은 2008년 2월 1만7380원에서 그해 4월 2만 원으로 오른 뒤 세 차례 연속 가격이 떨어졌다. 현재 밀가루 값은 1만5700원으로 2008년 최고가에 비해 21.5% 낮아졌다. 하지만 제빵 제과업체들은 이 기간 설탕, 달걀 등의 가격 상승을 이유로 꾸준히 가격을 올려왔다.

이에 대해 농심은 “밀가루 값이 올랐을 때 가격을 반영하지 못한 부분 등을 감안하면 밀가루 가격 인하 효과가 사실상 8% 정도에 불과하다. 여기에 다른 원자재 가격 상승 요인도 고려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농심은 현재 원가분석팀을 꾸려 가격 등락 요인을 분석하고 있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