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춤하는 외국인 ‘바이 코리아’ 이어갈까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26일 03시 00분


원화강세-美투자위축에 ‘멈칫’
“추가매수 가능성 충분” 반론도

지난해 한국 주식시장에서 32조 원이나 순매수를 기록하며 상승장을 이끌어 왔던 외국인투자가의 매수세가 연초 들어 주춤하고 있다. 특히 22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은행 개혁안이 발표되자 외국인은 이날 하루 유가증권시장에만 4920억 원을 순매도해 시장에 우려를 안겼다. 지난해 3월 이후 11개월째 매수세를 이어온 외국인은 그동안 국내 증시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앞으로의 외국인 투자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외국인 매수세 둔화 불가피

증시 전문가들은 매수세가 둔화되는 것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진단한다. 지난해 한국 증시가 성장성과 가격매력 측면에서 주목받았지만 올해는 선진국의 회복이 본격화되면서 관심이 옮겨갈 것이기 때문이다. 원화 강세와 미국 금융개혁 추진으로 인한 투자 위축 등도 외국인 매수세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정명지 삼성증권 연구원은 “산업재, 소재 등 턴어라운드 및 소외업종이 연초 글로벌증시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며 “현대자동차의 주가 약세와 포드 및 도요타의 주가 상승은 최근의 글로벌증시 흐름과 그 맥을 같이한다”고 말했다. 산은경제연구소도 최근 보고서에서 “환율과 외화 기준의 예상 주가수익비율(PER), 주가 등을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올해 외국인은 작년처럼 대규모 순매수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구소는 “올해 원-달러 환율은 외국인 순매수의 변곡점인 1100원대를 밑돌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증시에서 환율 하락 여파로 하반기로 갈수록 외국인이 순매도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김학균 SK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오바마 대통령의 금융개혁이 현실화되면 미국의 투자가 위축되고 신흥시장의 투자 위축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외국인들은 한동안 미국의 움직임에 촉각을 세우면서 강한 매수세보다는 매수와 매도를 반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 그래도 믿을 건 외국인뿐

하지만 외국인이 앞으로도 국내 증시를 견인할 것이라는 의견도 팽팽하다. 국내 증시의 경쟁력과 향후 성장성을 고려한다면 여전히 매력이 높다는 이유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증시가 올해 안에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지수에 편입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렇게 되면 인지도가 높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선진지수를 추종했던 자금이 새로 유입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외국인의 국내 주식 보유 비중은 33%, 290조 원으로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이 아니어서 추가 유입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과거 외국인의 연간 매매패턴을 볼 때 앞으로 매수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나대투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외국인이 10개월 이상 순매수했고 시장 주변 환경도 유사한 2003년 5월∼2004년 9월과 비교해 보면 외국인 매수세를 점칠 수 있다”고 밝혔다. 국내증시와 글로벌증시의 동반 상승, 미국과 한국의 경기회복, 저금리 기조 및 중국 긴축우려 등 제반 여건이 당시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하나대투증권은 “당시 상황을 분석해보면 미국의 금리인상과 경기모멘텀 둔화 국면 진입이 외국인의 매도로 직결되는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며 “당시 매수 강도를 현재 수준에 대입하면 추가적으로 12조3000억 원(월평균 1조7500억 원)을 매수할 여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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