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균의 추천! 이번주의 책]그들은 왜 아직도 벌거벗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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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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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의 경제학 / 폴 콜리어 지음·류현 옮김 / 420쪽·1만8000원·살림

강진으로 폐허가 된 아이티가 6·25전쟁 때 우리나라에 오늘날 가치로 약 800만 달러에 해당하는 원조를 보내줬다는 소식에 갑자기 가슴이 서늘해졌다. 그 순간 아이티 지진의 참혹한 현장과 6·25전쟁 당시의 우리 산하의 모습이 교차했다.

우리나라는 선진국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의 24번째 회원국이 됐다. 원조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하는 나라로 변신한 유일한 경우다. 중국과 인도도 경제발전에 나서 ‘가난한 나라’ 그룹에서 벗어나고 있다. 못사는 나라들이 하나둘씩 경제 발전을 통해 잘사는 나라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지난 수십 년간 지구상 인구의 6분의 5에 해당하는 수많은 국가가 개발도상국이라 불렸다. 하지만 이들 중 일부는 경제적 성공을 거두어 빈곤에서 벗어나고 있는 반면 다른 일부는 상대적으로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중국과 인도가 발전의 길을 가는 데 비해 말라위 에티오피아 같은 나라들은 밑바닥 국가를 벗어난 적이 없다. 지구상에는 약 50개의 실패하는 밑바닥 국가가 있다. 독립 이후 34번의 쿠데타를 겪은 아이티도 이런 밑바닥 국가에 속한다. 주로 아프리카 중남미에 있는 이들의 인구는 약 10억이다.

이 책은 밑바닥 10억 인구가 직면하고 있는 빈곤 문제를 주제로 삼고 있다. 이들 밑바닥 국가들은 왜 실패했으며, 이들의 빈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은 없는 것인지를 다루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 경제학과 교수이자 아프리카 경제 전문가인 저자 폴 콜리어는 평생 빈곤 문제를 연구해왔다. 한때 하버드대 교수였다. 조지프 스티글리츠가 세계은행 부총재로 재임할 때 그의 부름을 받아 1998년부터 2003년까지 세계은행 산하 개발연구그룹 책임자로 최빈국 문제에 관한 조사를 맡기도 했다.

저자는 개발도상국에 대한 기존의 정의는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중국과 소말리아를 같은 개발도상국으로 분류하는 것은 잘못이고, 이런 잘못된 정의로 밑바닥 10억 인구의 빈곤 문제는 간과하기 쉽다는 것이다. 개발도상국들이 두 부류로 갈라지는 현상이 지속되면 세계는 80%의 잘사는 나라와 20%의 못사는 나라로 갈라질 것이라고 저자는 전망한다.

이 책은 특히 밑바닥 국가들의 나쁜 정치 현실을 외면한 채 천연자원의 확보에만 골몰하는 선진국들의 행태를 비판한다. 예컨대 중국인들의 노골적인 자원 외교가 대표적인 사례다. 짐바브웨의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은 경제 정책 실패에 대한 면피를 위해 중국에 손을 벌렸고 중국은 기꺼이 환영했다. 2006년 중국 부총리 쩡칭훙은 아프리카 국가들을 순방하면서 연방 “우리는 개의치 않는다”며 이들 국가의 정치 현실을 외면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개발 원조에는 기본적으로 찬성하지만 나쁜 정권을 지원하는 원조는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 낭비라고 지적한다. 원조 수혜국이 잘하는가 못하는가에 따라 원조 규모를 조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북한도 아프리카의 빈국 못지않게 밑바닥 국가에 속한다. 콜리어의 이론을 빌리면 북한의 나쁜 정권을 돕는 대북 지원은 바람직하지 않다. 북한이 인권을 개선하지 않고 부패한 권력자들만 배불리는 정치를 하고 있다면 원조를 줄이든지 중단하는 게 나을 것이다.

저자는 밑바닥 국가들의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단순한 원조에 그치지 말고 다양한 개입을 해야 한다고 본다. 예컨대 군사적 개입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밑바닥 국가들은 분쟁을 끝내고 평화와 질서를 유지해야 발전할 수 있는데, 자체적으로 평화와 질서를 유지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유엔 평화유지군이나 신속대응군처럼 국제협력에 의해 창설된 군대가 신속히 개입해 쿠데타를 막고 안정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필자는 주장한다.

박영균 기자 parkyk@donga.com▼ 숨은 ‘1인치’를 찾아라 ▼
히든 마켓 / 김종현 지음 / 264쪽·1만3000원·리더스북


CJ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인 저자는 신사업을 개발하려면 기존 사업에 숨어 있는 ‘1인치’를 찾아내야 한다며 사례를 제시한다.

일본 오지제지의 한 간부는 1961년 영국 런던의 레스토랑에서 먹은 훈제연어가 오지제지의 공장이 있는 홋카이도의 히다카 연안에서 잡힌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는 나무의 특성을 잘 아는 제지업체가 나무를 태워 만드는 훈제연어도 잘 만들 것으로 생각했다. 이런 발상의 전환 덕분에 일본 최고의 훈제연어인 ‘오지사몬’이 탄생했다.

1969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근교에서 타이어 매장을 운영하던 도널드 카는 주변의 대형 타이어매장들 때문에 고전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그는 수∼토요일 판매가 전체의 85%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4일만 문을 열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줄인 매장 운영비용으로 타이어 가격을 낮췄다. ‘포데이 타이어스토어’로 이름을 바꾼 이 회사는 현재 미국에서 연간 1억 달러 매출을 올리는 프랜차이즈로 자리 잡았다.

▼ 실수없는 실행은 없다 ▼
생각의 속도로 실행하라 / 제프리 페퍼, 로버트 서튼 지음·안시열 옮김 / 392쪽·1만8000원·지식노마드


인사, 조직 분야의 전문가인 저자들은 지식과 실행 사이의 격차, 즉 지행격차(Knowing-Doing Gap) 문제를 연구했다. 이들은 지행격차의 원인으로 경영학석사(MBA) 교육, 경영컨설팅업의 번성, 잘못된 지식경영의 관행을 꼽는다. MBA 교육은 누가 더 말을 잘하느냐로 평가받는 수업 방식이 문제로 지적됐다. 경영컨설턴트들 역시 조언(말)을 제공하는 데 그치고 구체적 실행에까지 관여하는 경우는 드물다.

회사의 지식경영도 저자들의 시각에선 문제다. 지식경영은 팩트, 통계 같은 체계화된 정보를 저장하고 전파하는 데 중점을 두기 때문에 업무 수행에 본질적으로 중요하더라도 서술하거나 체계화하기 어려운 지식은 저장하지 못하는 맹점이 있다. 저자들은 지행격차를 줄이려면 간부들부터 말에 그치지 않고 행동을 먼저 보여야 하고, 실수 없는 실행은 없다는 생각으로 과감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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