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슈머’가 소비자-판매자 벽 허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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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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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등 마케팅-판매 참여
고객-브랜드 유대감 높여

13일 현대백화점 신촌점 ‘게스진’ 매장에서 ‘세일슈머’로 나선 대학강사 고시환 씨(오른쪽). 고 씨가 고객에게 청바지 종류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 현대백화점
13일 현대백화점 신촌점 ‘게스진’ 매장에서 ‘세일슈머’로 나선 대학강사 고시환 씨(오른쪽). 고 씨가 고객에게 청바지 종류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 현대백화점
주부 김진영 씨(37)는 13일 두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낸 뒤 현대백화점 신촌점으로 바삐 발걸음을 옮겼다. 쇼핑을 하기 위해서? 아니다. 그는 이날 ‘세일슈머(salesumer)’로 변신했다. 김 씨는 현대 신촌점의 여성의류 브랜드 ‘비지트 인 뉴욕’의 단골손님이다. 이날은 이 매장의 판매사원이 돼 고객을 맞이했다.

“이 ‘폭스조끼’는 크게 입으면 어깨가 넓어 보여요. 꼭 맞게 입으셔야 예뻐요. 한 번 입어 보시겠어요?” 그는 지난번 구매해 입은 ‘폭스조끼’에 관심을 보이는 고객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 상품을 소개했다. 김 씨는 “내가 사서 입어본 옷의 장점을 다른 사람들에게 얘기해줄 수 있어서 좋고 색다른 경험이라 재미있다”고 말했다.

이날 현대 신촌점에는 ‘스테파넬’ ‘CK진’ ‘띠어리’ 등의 브랜드 매장에 22명의 ‘세일슈머’가 나타났다. 이 중 10명은 주부이고 나머지는 학생, 자영업자, 회사원 등이다. 참가자 가운데 남성은 ‘파코라반’ 매장 고객인 김민근 씨(30·자영업)가 ‘청일점’이다.

백화점 측은 지난해 12월 중순 고객과 직원이 함께 참여하는 ‘열린 경영위원회’에서 브랜드별로 로열티 높은 고정고객들에게 일일 판매 체험 기회를 제공해보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장필규 의류패션팀 영플라자 차장은 “백화점과 브랜드는 고객과 유대감을 높이고 참여 고객은 사회적 활동에 대한 자긍심, 판매활동 체험의 재미를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게스진’ 매장에서는 대학강사인 고시환 씨(46)가 손님에게 부츠컷과 스키니진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었다. 고 씨는 “매장에 투입되기 전에 매니저에게 ‘안녕하십니까. 어서 오십시오, 고객님’ ‘안녕히 가십시오’라는 인사법을 배웠다”면서 “맨투맨으로 손님을 대하면서 고객심리를 직접 느껴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여성의류 브랜드 ‘데시데’ 매장의 ‘세일슈머’ 주부 이수지(65) 왕화자 씨(66)는 박유진 숍 매니저가 고객들에게 상품을 안내할 때 옆에서 ‘추임새’를 넣으며 거들었다. “이 집 옷을 입어보면 참 편안하고 예뻐.” 이들은 이날 한 고객에게 109만8000원짜리 ‘퍼(fur)조끼’를 판매했다. ‘온앤온’ 매장에서 일한 메이크업 아티스트 김기선 씨(36)는 “매장과 진열상품이 손님일 때와는 다르게 보인다”면서 “하루 종일 서서 일하는 매니저의 고충도 알게 됐고 이 브랜드에 대한 애착이 더 강해질 것 같다”고 웃었다.

이날 참여한 ‘세일슈머’ 22명은 ‘일당’ 10만 원을 소년소녀가장 돕기 행사에 기부했다. 현대백화점 측은 앞으로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세일슈머’ 참여 행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세일슈머(salesumer)
:

판매(sales)와 소비자(con-sumer)를 합친 단어. 구매에만 그치지 않고 마케팅, 판매 등에도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소비자를 일컫는 신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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